본문 바로가기

[style&] 런던 패션시장이 좁다고 뉴욕서 뛰겠다는 이 당찬 부부

중앙일보 2011.02.09 00:27 경제 17면 지면보기








런던 패션에는 흔히 ‘실험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독특하고 과장되고 때때로 괴이한 옷이라는 얘기다. 국내 디자이너 중 ‘런던 출신’을 꼽자면 단연 ‘스티브J&요니P(본명 정혁서·배승연)’다. 서른넷 동갑내기 부부 디자이너는 런던 세인트마틴스패션스쿨과 런던패션대학을 졸업한 뒤 현지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와선 ‘한국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았다. 한데 이들의 옷, 예상을 깼다. 실험적이라기보단 대중의 눈높이에 충실했다. 트레이닝복을 대표 아이템으로 내세웠고 홈쇼핑 진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달엔 ‘패션 비즈니스’의 본고장인 뉴욕까지 진출한다. 작품보다 ‘비즈니스’를 택한 디자이너의 전향이라고 봐야 할까.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패션쇼 대신 프레젠테이션 … 바이어 공략



스티브J&요니P는 15일(현지시간) 뉴욕 컬렉션에 나간다. 예상보다 빠른 진출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10개 도시, 24개 백화점·편집숍에 입점했지만 뉴욕은 좀 더 멀리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컨셉트 코리아Ш’로 기회를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컨텐츠진흥원이 국내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이한 건 뉴욕 컬렉션에 가면서 패션쇼는 열지 않는다. 대신 전시회 형태의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참가한다. 바이어들이 주빈이 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뉴욕 컬렉션은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디자이너라면 패션쇼가 더 욕심나지 않나.



“세일즈 인맥부터 만들고 싶었다. 런던에서 패션쇼룰 해 봐서 안다. 쇼가 끝나면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지만 그때뿐이다. 브랜드를 지속시키는 것과는 별개다. 쇼도 중요하지만 사업 인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 대기업 같은 자금 동원력, 부모님의 재력이 없다면 이 길이 맞다고 본다.”



-너무 일찍 런던을 버린 것 아닌가.



“런던은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기 좋은 곳이다.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시장이 너무 좁다. 디자이너도 사업가다.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려면 큰물에 가야 한다.”



-뉴욕 컬렉션에서 선보일 옷들은.



“컨셉트는 사춘기 소녀다. 엄마 옷을 빌려 입고 어색하게 꾸민 채 파티에 가는 소녀가 겉에는 더플코트를 입은 차림이라고 보면 된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옷을 겹쳐 입는 스타일링이 두드러진다.”



“돈 벌려는 게 나쁜 건가요”









지난해 아이돌스타들이 입으면서 인기를 끈 프린트트레이닝복.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들의 작업실 한쪽 벽엔 연예인의 사진 30~40장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가수 포미닛·가인 등의 아이돌은 물론 보아 같은 톱스타들이 ‘스티브J&요니P’의 옷을 입은 모습이다. 다른 쪽 벽엔 노홍철과 함께 만든 홈쇼핑 광고컷이 붙어 있다.



-스타 마케팅을 하는 건가.



“아니다. 스타일리스트들이 알아서 사 간다. 얼마 전 보아 스타일리스트도 옷걸이 두 개 분량을 통째로 사 갔다. 최근 가인이 시트콤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됐던 트레이닝복도 우리가 돈 주고 입힌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태원·동대문 등에 짝퉁까지 나왔다. 깜짝 놀랐다.”



-옷이 너무 비싸다.



“맞다. 트레이닝복이 세트로 사면 60만원이다. 20~30대가 사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끔은 가격을 낮춰 홈쇼핑에 나서고 다른 업체와 콜라보레이션(협업)하기도 한다. 명품 디자이너들이 대중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우리는 대중성을 중시한다. 사람들이 입지 않는 옷은 디자이너의 자기 만족일 뿐이다. 대중이 입고 싶은 옷,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돈 벌려는 게 나쁜 건가.”



“우리 목표는 제레미 스콧과 마크 제이콥스 사이”



스티브J&요니P를 말할 때 따라붙는 말은 ‘위트’다. 각자 십수 년째 고수하는 콧수염과 스모키 눈화장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니다’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래서 둘 다 “평생 철 안 들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세계적 브랜드가 목표라면 추구하는 방향은.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과 마크 제이콥스 사이다. 전자는 너무 펑크하고 후자는 너무 사랑스럽다. 딱 그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부부로 항상 함께 일하는데, 만족하나.



“오히려 일할 때는 안 싸운다. 결혼한 뒤 우리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같이했다. 스무 살 때 만나 친구에서 부부가 됐다. 서로 마음을 잘 안다.”



-앞으로 계획은.



“뉴욕 간다고 금세 이름이 알려지고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나라에 진출할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 차근차근 그런 쾌감을 느끼며 일하겠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