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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의혹 조사 … 공무원 임금 인상” 무바라크 반격

중앙일보 2011.02.09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잇단 개혁 조치로 민심 달래
대선 때까지 대통령직 유지 노려
시위대 입지는 점점 좁아져
일부선 “이젠 끝낼 때” 목소리



텐트촌 된 카이로 시위 광장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7일(현지시간) 카이로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를 하다 말고 기도를 하고 있다. 시위대는 현재 광장에 텐트를 친 채 노숙하고 있다. [카이로 AFP=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가 공직자 부패와 선거부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는 개혁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자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이집트 언론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의회와 법원에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과 관련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총선에서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전체 518석 중 83%를 휩쓸어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각료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했다.



 당근책도 제시됐다. 이집트 정부는 4월부터 공무원의 임금을 15% 올려주겠다고 밝혔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한 시간 단축했다. 이를 두고 이집트 안팎에선 무바라크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반정부 시위로 하야 위기까지 몰렸던 무바라크가 가시적인 개혁 조치를 통해 민심을 추스르려 한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로서는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 해소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무바라크는 이날 새 내각 구성 뒤 처음으로 전체 각료회의를 열었다. 9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 때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으로 8일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위 사태 초기 지지 의사를 보였던 시민들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는 말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이날 카이로 거리에선 동영상 카메라를 든 외신 기자들에게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카이로에서 어학 연수 중인 이동빈(26·서강대 경영학과)씨는 “이집트 친구들 중 대다수가 시위를 중단하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있는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해방) 광장 밖에서는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하고, 정부가 개혁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친정부적 발언을 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변화에 이집트 언론들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영 방송은 ‘조국 이집트를 지키자(하파주 알라 미스르)’는 자막을 방송 시간 내내 화면 한쪽에 내보내고 있다.



 반정부 시위의 메카였던 타흐리르 광장의 출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길목마다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군이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에 들어가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서는 경우도 있다. 검문 명분은 불순분자 색출과 위험 물질 반입 차단이다. 하지만 검문이 신분증을 슬쩍 보는 정도로 형식적이어서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7일에는 처음으로 군이 외신 기자들에게 이집트 정부가 발급하는 취재허가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카이로에 있는 대부분의 파견 기자들은 그런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초기에 주류를 이뤘던 학생·청년들은 크게 줄었고, 덥수룩한 수염에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늘었다. 시위 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정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297명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병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카이로=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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