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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증거도 없고 … 유일한 피의자는 남편

중앙일보 2011.02.09 00:21 종합 16면 지면보기



만삭 의사부인 사망 미스터리
한국판 OJ 심슨 사건 되나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8일 숨진 박모(29)씨와 남편 백모(31·대학병원 전공의)씨가 살던 마포구 오피스텔 CCTV(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결과 외부인의 침입 가능성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백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4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었다.



 경찰에 따르면 CCTV 분석 결과 지난달 14일 오전 6시47분 백씨가 혼자 집을 나섰을 때부터 같은 날 오후 5시5분 귀가할 때까지 외부인이 드나든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귀가 직후 백씨는 아내가 욕실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4일 영장 신청 당시 사망 추정 시간대를 넓게 잡은 측면이 있다”며 “보강 수사를 통해 시간대를 좁혀 영장을 재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포서 관계자는 “박씨의 손톱 밑에서 백씨의 DNA가 나온 상황에서 외부인 침입이 없었다면 백씨 범행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씨 측은 “단순 사고사나 제3자의 범행일 가능성도 있는데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며 살인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백씨의 변호를 맡은 임태완 변호사는 “박씨가 다이어트 강박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임신 후에도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좁은 욕조 안에서 쓰러져 목 부위가 접히면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백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결과 거짓 반응이 나온 점을 강조하는 데 대해서는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답한 것이어서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백씨 측은 또 “제3자가 외부에서 침입해 박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이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994년 미국에서 일어난 OJ 심슨 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95년 치과의사 모녀 살인 혐의로 남편 이모씨가 구속기소됐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남편을 아내 살인범으로 지목했고, 자백이나 목격자 증언 등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은 2003년 “피고인의 팔에 남은 손톱 자국이나 부부 갈등 등 간접증거를 종합해 보더라도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심서현 기자



◆OJ 심슨(사진) 사건=1994년 여배우 니콜 브라운 심슨과 정부 론 골드먼이 심슨의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 경찰은 니콜의 남편인 미식축구선수 출신 배우 심슨을 가정불화 등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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