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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서 장관까지 … 한국의 패션 거물 20여 명 모였다

중앙일보 2011.02.09 00:18 경제 4면 지면보기



이서현 “창의적 디자이너 밀어달라” … 정병국 “선택, 집중 지원할 것”



8일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사옥에서 열린 패션산업 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봉·이영희 디자이너, 정병국 문화부 장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재연(얼굴 숙인 사람) 모델라인 대표. [강정현 기자]





디자이너부터 장관까지 한국 패션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패션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란 주제로 주최한 패션문화산업 정책 간담회에서다.



 행사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이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러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옥으로 찾아갔다. 업계에선 한국 패션의 아이콘이 대거 참석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 백덕현 FnC코오롱 사장, 민복기 EXR 대표, 그리고 디자이너 이영희·안윤정·이상봉·박춘무·장광효씨 등 20여 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의 경우 지난해 말 부사장 승진 후 첫 외부 공식행사다. 이 부사장은 미국 뉴욕에 머물다 간담회 참석을 위해 급히 귀국했다.



 그간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민·관·학을 아우르는 패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대표들은 “문화부·지식경제부·서울시 등으로 나뉘어 있는 중복·분산 투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장관은 “선택과 집중을 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최지영·정선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이윤경 문화관광연구원 박사(기조 발제)=한국 패션은 독자적 브랜드와 고부가가치 브랜드 전략이 없어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취약하다. 패션 분야에서도 김연아나 박세리처럼 세계적 스타가 나와야 한다. 장기적 목표를 세워 2020년까지 적어도 세계적 수준의 디자이너 5명은 배출해야 한다.



◆이상봉 디자이너=패션 박물관 건립이 한동안 논의되다 성과가 없었다. 패션이 국가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세계 문화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하는데, 한국 패션의 역사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좋겠다.



◆안윤정 디자이너=해외 진출 디자이너 지원이 여러 부처로 나눠지다 보니 정작 디자이너들은 미미하다고 느낀다.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디자이너와 브랜드 비즈니스 모두 중요하다. 브랜드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있는 디자이너 그룹이 뒷받침돼야 한다. 디자이너 육성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짜는 집단, 이들을 체계적으로 후원할 펀드 회사,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백덕현 FnC코오롱 사장=한국 산업 중 가장 뒤늦은 것이 패션산업 아닌가 싶다. 패션도 하이 테크놀로지(첨단기술)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별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기업의 실용성이 결합해야 한다. 기업과 학계·정부가 50년 이상 대화하고 연구해야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디자이너가 탄생한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이랜드가 20여 년간 중국 시장 개척 과정에서 느낀 것은 기업이 됐든 디자이너가 됐든 모든 걸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큰 부담이 되고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시장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한다. 영업이나 마케팅 등은 전문 기업들이 맡아서 한다. 각자 자기 분야의 일을 하고, 이들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패션 지원에 최소 10년 정도의 기간을 둔다. 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창의적인 4~5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지속성도 중요하다. 중국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 콘텐트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5~6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있다. 한국 패션산업은 지금이 도약해야 할 좋은 타이밍이다.



◆박춘무 디자이너=미국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문화부가 한국 패션을 소개하기 위해 여는 ‘컨셉트코리아’에 두 번 참석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운영진이 바뀌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또 다녀온 후 평가회의 같은 것도 없어 아쉬웠다.



◆장광효 디자이너=일본은 내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디자이너를 정부가 후원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만든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기성 디자이너는 조금만 지원해주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다.



◆정병국 장관=의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부처 간 대화를 늘려 중복되는 부분 없이 효율성을 높이겠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디자이너를 지원할 때 반영하겠다. 섬유산업이 한국 산업화의 기틀을 제공했다면 패션산업은 우리나라 선진화의 기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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