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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밀가루 뒤풀이 막으려 … 아이디어 졸업식

중앙일보 2011.02.09 00:13 종합 18면 지면보기



학교마다 묘안 짜내기
울산 화암중
해 질 때까지 부모와 함께
괴산 형석고
가마에 선생님 태우고 입장



8일 오전 대전 한밭고 졸업식장에서 밀가루 소지품 검사를 하러왔던 대전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윤창수 경감이 졸업생과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학부모·교사가 졸업생과 한데 어울려 축제를 펼친다.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며 타임캡슐에 꿈을 담는다. 졸업식장에는 부모와 손을 잡고 입장한다.



 졸업식이 스토리를 담은 이벤트로 발전하고 있다. 졸업이라는 해방감 때문에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일탈이 횡행하던 고질적 졸업 시즌 풍속도를 바꾸려는 다양한 몸짓들이다.



 울산 제일중은 10일 졸업생과 학부모가 손을 잡고 교내 강당의 졸업식장에 들어가 나란히 앉는다. 이어 졸업생이 작성한 감사편지를 곁에 앉은 부모님께 전달한다. 부모-자녀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게 졸업식 메인 이벤트다. 온종일 학생·교사·학부모가 어울려 축제판을 벌이기도 한다. 울산 화암중은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무려 9시간30분간 졸업식을 치른다. 우선 동아리 전시회·부스 체험·먹을거리 장터·노래 자랑·영화 관람이 이어진다. 사실상 축제다. 졸업식 본행사는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까지 모두 도착하는 오후 6시부터다. 졸업장이 수여될 때마다 해당 학생의 추억 사진을 파워포인트로 상영해 개개인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학부모·담임교사·선배들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나면 부모님과 졸업생이 나란히 손잡고 교문을 나선다. 조해도 교장은 “온종일 즐기고 늦은 시간 학부모와 함께 귀가하면 일탈 충동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알몸 졸업식, 계란·먹물 세례 졸업식으로 물의를 빚었던 학교도 명예회복에 나섰다. 경기도 일산중은 졸업생 전원에게 무료로 학사복을 입혀주기로 했다. 졸업생이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세족식과 교사·학부모·학생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랑의 편지 낭송도 마련됐다. 지난해 말 20년 뒤 동창회에서 열어볼 편지 타임캡슐도 만들었다.



 10일 졸업식을 하는 충북 괴산군 형석고의 149명 졸업생은 가마로 교사들을 태우고 행사장에 입장하기로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교사와 제자가 함께 떡케이크를 자르고 촛불을 끄며 졸업을 축하할 예정이다. 노재전 교장은 “부모와 교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지각 있는 행동의 필요성을 자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졸업생 소지품 검사를 벌이는 것도 올해 달라진 풍속도다. 8일 오전 졸업식을 한 대전 한밭고에는 경찰이 정문·본관 입구 등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밀가루 등 소지품 검사를 했다. 학교 측의 사전계도 덕분인지 불심검문(?)에 걸린 학생이 없자 경찰은 역할을 바꾸었다. 졸업생·가족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등 즉석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충북교육청 이경복 장학관은 “학교와 교육청, 경찰과 사회단체의 노력으로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가 줄고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졸업식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기원·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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