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아찌 팔아 200억 매출 … ‘고졸 반찬왕’ 비결은 뭘까

중앙일보 2011.02.09 00:10 경제 9면 지면보기



신세계 백화점 바이어 우동숙씨



우동숙 바이어(오른쪽)가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에서 반찬 맛을 보고 있다. 그는 “매장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수시로 상태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장아찌와 김치 같은 평범한 밑반찬을 한 해 200억원어치 파는 이가 있다. 반찬 업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주인공은 신세계백화점 우동숙(38) 조리식품 바이어. 실적은 단연 업계 최고다.



 1992년 고졸 사원으로 신세계에 입사한 우 바이어가 밑반찬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7월. 신세계 계열 매장의 매니저였던 그는 특유의 꼼꼼함과 친화력을 인정받아 바이어로 발탁됐다. 식품 바이어가 된 뒤 흔히 접할 수 있는 반찬에 주목했다. 우 바이어는 “백화점에 반찬 매장이 있긴 했지만, 그때까지는 매출이 많이 나지 않는 구색용에 그쳤다”며 “하지만 반찬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접해본 분야인 만큼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다니며 음식 관련 서적과 잡지를 300권 이상 읽었다.



 한복선·박종희·빅마마 같은 유명 한식 연구가에게서 조언을 구하는 건 기본. 그는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것보다 훨씬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아이는 시어머니에게 맡겼다.



 바이어가 된 첫해 매주 두 차례 이상 순창·전주·담양·상주·안성 등 반찬으로 이름난 곳을 샅샅이 뒤지며 직접 반찬 맛을 봤다. 음식 관련 박람회도 모두 찾아다녔다.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는 10만㎞가 넘는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자 지역별 반찬 명인에게 주목했다. 작은 맛의 차이라도 소비자가 알아차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명인이 만든 반찬을 판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막상 백화점에 입점시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까다로운 명인들을 설득하는 것도 숙제. 입점하기로 하고 나서도 이들이 만든 음식이 위생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명인들은 고집이 세고 깐깐해 대화 중간에 갑자기 말을 끊거나 문전박대하는 일도 잦았다”며 “어느 분이든 세 번 이상 찾아가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하고 최대한 경청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는 100명이 넘는 분과 딸처럼 연락하며 지낸다”고 소개했다.



 매장 직원들에게는 판매하는 반찬의 특징 하나하나를 외우도록 했다.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우 바이어가 전국을 돌며 구한 100여 종의 반찬으로 꾸민 매장이 이 회사 강남점에 문을 열자 반찬 매출은 100% 이상 뛰어올랐다. 명절을 겨냥해 출시한 ‘350년 된 종가집 씨간장’ ‘명인 명품장’ 같은 반찬세트도 매진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면서 강남점 외에 본점과 영등포점, 경기점으로 매장이 확대됐다.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그는 지금도 매주 한두 차례 지방출장을 간다. 출장을 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 두 곳씩 경쟁 점포를 돌아본다. 매일 맛보는 반찬은 20~30가지. 우 바이어는 “맨입에 반찬을 먹고 수시로 물을 마시다 보니 살이 부쩍 쪘다”며 “지금까지는 유명한 반찬을 발굴해 파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반찬 명인들과 새로운 반찬을 개발해 이를 상품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