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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만난 CEO]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중앙일보 2011.02.09 00:08 경제 10면 지면보기



‘금융의 삼성전자’ 야망
자문형 랩 질로 승부 … 수수료 안 낮추겠다







‘금융의 삼성전자,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만드는 것-’.대한민국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면 누구든 꿔볼 만한 꿈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가세해 “정부가 멍석을 깔 테니 한번 해보라”고 분위기를 잡는다. 문제는 돈이요, 사람이요, 조직이다. 그래서 다들 말만 앞세우곤 머뭇거린다. 그러나 박준현(59) 삼성증권 사장은 다르다.



그는 2009년 8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세계적 IB가 될 수 없다”며 홍콩법인을 대폭 확대했다. 이제껏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입했고 100명의 현지 금융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했다. 이 중엔 크레디스위스 아태 대표였던 황성준씨 등 홍콩 현지에서 A급으로 통하는 인재 40여 명이 있다. 인건비만 한 해 300억~400억원이 드는 도전이다.



 주변에선 “무모한 일”이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돈을 더 넣고 사람도 더 키우고, 글로벌 빅딜에도 본격 참여하겠다”고 투지를 다진다. 박 사장은 이미 성공스토리가 있다. 종합 자산관리형 증권사로의 변신을 선언, 증권업계의 랩어카운트 돌풍을 주도했다. 시장은 그의 리더십에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2008년 취임 당시 7만원 선이었던 삼성증권의 주가는 9만원을 넘었고, 시가총액은 6조원을 상회하며 업계 1위를 굳혔다.











-한국 제조업과 금융업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그동안 세계시장에 도전할 여유가 없었고 글로벌 금융 강자들의 위세에 눌려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와 카드사태처럼 반복되는 위기와 부실의 상처도 컸다.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도 제조업 쪽에 집중됐고 금융 쪽은 소홀했다.”



-이런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해외로 나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뭔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에 기반한 금융회사들의 핸디캡이 크게 줄었다. 아시아 기업은 아시아 금융사들이 제일 잘 안다. 미국과 유럽의 IB들과도 한번 겨뤄볼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의 지향점은 어디까지나 아시아 최고 IB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정책적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사장의 목표는 2015년까지 아시아 톱5 증권사로 크는 것이다. 또 2020년까지 아시아 1~2위, 글로벌 톱10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5년 안에 현재 2조6000억원인 자기자본은 5조원으로, 현재 13조원인 자산은 25조원으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중국 증권사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엇비슷한 규모였지만 지금은 4~5배 규모로 한참 앞서갔다. 그들을 따라잡는 게 가능하겠나.



 “그동안 회사가 크지 못한 건 뭘 해야 할지를 몰라 덩치를 키울 필요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갈 길이 정해졌으니 근력을 키우고 몸무게도 불려야 한다. 요즘 넘치는 게 돈 아닌가. 분명한 스토리만 제시하면 돈은 얼마든지 모인다. 그렇게 증자를 하고 자산을 불리며 기회가 오면 인수합병(M&A)도 시도할 생각이다. 우리의 강점은 성공한 한국의 제조업체들, 특히 삼성 제조업체들에 기반한 금융회사란 사실이다. 우리에겐 중국이 미처 하지 못한 경험과 노하우가 아직 많다. 이를 해외 사업에 접목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계열 금융사들에 대해 ‘사고만 치지 말고 안전 운행하라’는 방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혹시 그룹에서 제동을 거는 일은 없겠나.



 “카드사태 등을 겪으며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들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사들을 적극적으로 키워 제조업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분명 달라졌다.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확고하다.”



-삼성증권이 랩어카운트 열풍에 불을 붙였다. 자문형 랩의 절반을 팔았다. 자금 쏠림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도 크다.



 “자문형 랩의 규모가 현재 6조원 규모로 주식형 펀드(100조원)에 비하면 아직 보잘것없다. 게다가 우리는 5000만원 이상의 고액만 받아 가입자 수가 1만3000명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줄 아는 투자자들이라고 본다. 우리도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다해 무리수가 엿보이는 자문사들은 계속 솎아내고 있다.”



-자문형 랩 수수료가 비싸다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는데.



 “따라갈 생각이 없다. 수수료는 시장 논리로 결정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질이다. 우리는 고객 만족도를 높여 신뢰를 확보하는 데 치중하겠다.”



-글로벌 IB의 목표를 이루려면 시장도 좋아야 할 텐데, 주요 가격 변수는 어떻게 전망하나.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4~5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2400을 넘고 3000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환율은 올해 달러당 1000~1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글=김광기 선임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박준현의 경영 철학

▶ 인력·기술·경영에서 세계 최고 지향



▶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



▶ 고객·주주·종업원에게 존경받는 기업



▶ IB·자산관리·트레이딩 등 사업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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