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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시민 된다 ③ ‘녹색 코드’ 공사에 산천만 몸살

중앙일보 2011.02.09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세금 107억 날린 간매천의 역설
수해 막는다며 국비 끌어와 정비 … 30년간 멀쩡했던 하천, 공사 직후 물난리
‘세금 블랙홀’ 하천 정비



지난해 9월 집중호우로 제방이 무너진 여주 간매천. 주민들은 “30년간 물 한 번 넘치지 않은 곳이 공사 후 수해하천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 백재현 의원실 제공]





‘녹색 코드’ 공사로 지방 산천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생태하천 사업이 대표적이다. 멀쩡한 하천이 공사가 끝난 직후 물난리를 내는가 하면 반환경적인 공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청계천 공사 같은 성공사례를 재현시키려는 시장·군수의 욕심이 낳은 폐해다.



◆30년간 무재해, 공사 직후 수해=“30년간 물 한 번 넘치지 않은 하천이 공사 후 수해하천이 됐다.” 경기도 여주군 간매천 걸은 2리 주민들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간매천은 2006년 국토해양부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의 대상으로 결정됐다. 예산은 107억원. 주민들은 “수해 한 번 난 적 없는 하천에 왜 쓸데없는 돈을 쓰느냐”고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3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은 매우 가파르다. 주민 한성우(74)씨는 “지난해 5월 트랙터가 제방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 집중호우로 제방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여주환경연합 이항진 위원장은 “상류 폭은 10m인데 공사가 완성된 중·하류의 폭은 3m 미만으로 좁아지다 보니 수압에 제방이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트랙터가 떨어지고 제방이 무너진 것은 모두 쓸데없이 하천 개선사업을 해서 벌어진 결과”라며 “수해 한 번 없던 지역을 100억원 넘게 돈을 들여 수해상습지로 만든 꼴”이라고 말했다.



 간매천뿐 아니다. 여주군에 있는 갈은천·용담천도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비했다. 갈은천은 제방이 너무 높아 마을과 천 사이에 마치 성이 하나 쌓여 있는 듯한 기형적인 모양새로 바뀌었다.



 건설본부 하천 담당자는 “하상은 좁지만 제방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져서 홍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호우는 50년 중 최악이기 때문에 제방 붕괴는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수해상습지개선사업의 이름으로 전국 265군데 하천에 367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토해양부 담당자는 “우리는 예산만 배정할 뿐 사업 진행은 지자체에서 맡고 있다”고 밝혔다.









수해로 무너지기 전 간매천 제방. 양쪽으로 가파르게 쌓아올렸다. [노컷뉴스 제공]



◆“생태하천? 녹조하천!”=“하천 복원? 좋지요. 하지만 이건 ‘제2의 청계천’ 만든답시고 동네 촌구석 하천에까지 세금 쏟아붓는 꼴입니다.”



 경남 창원시 주민들의 반응이다. 도심 북쪽을 흐르는 창원천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곳은 ‘생태하천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창원대에서 남천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총 7.8㎞에 이르는 구간을 307억원의 예산을 들여 주민친화형 하천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봄 ‘반(反)환경적’ 콘크리트벽을 하천 둘레에 쌓아 비난을 받더니 9월에는 부실시공 논란이 제기됐다. 2009년에는 호우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7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경남도 의회 김해연 의원은 “창원천은 평소 건천이었다가 강우량이 늘면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이었다. 굳이 주민친화를 내세우며 3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창원천 하류는 예전 하천 그대로였다. 상류는 콘크리트로 하상보호벽을 설치했다. 물길은 지름 30㎝ 크기의 돌들로 정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그러나 창원천 상류는 아파트나 주택가가 아니다. ‘주민친화’를 내세우기 어려운 곳이다. 게다가 하류와는 달리 상류에는 곳곳에 녹조가 심한 상태다.



 김종대 창원시 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은 “생태하천을 빙자해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도 않는 하천까지 공사하는 것은 분명한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청계천이 서울에서 히트를 치니 온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하천 복원으로 표를 얻으려 한다”며 “수질 개선이 시급한 하천은 마산에 있는 광려천 등 1~2 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녹색성장 ‘위장 예산’ 지자체 66조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녹색 성장’에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편승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본지 탐사부문이 단독 입수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 같은 녹색 덧칠은 사업승인을 손쉽게 따낸 뒤 대규모 국비를 지원받기 위한 포석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16개 지자체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2009∼2013)을 분석한 결과 녹색성장과 무관한 개발사업을 녹색사업으로 포장해 끼워 넣은 사례가 많다”며 “전체 예산의 29%인 66조2600억원이 녹색 무늬만 덧칠한 ‘업어가기 예산’”이라고 밝혔다.



 예산정책처가 집계한 대표적인 ‘업어가기 예산’은 ▶한강변 정비사업인 ‘강변살자 프로젝트’를 ‘기후변화 적응 역량 강화’ 사업으로 포장(경기도·22조9000억원 투자) ▶부산신항 일대 개발사업을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의 그린화’라고 명명(부산시·11조원 투자)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구간 정비사업을 ‘녹색교통 인프라 확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대구시·7조원 투자) 등이다. 울산시도 KTX 울산역 역세권 개발사업을 녹색도시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녹색성장 ‘위장 사업’은 그 취지도 의심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지방정부의 녹색성장 사업비를 합하면 중앙정부가 투자키로 한 107조4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28조9000억원이다. 국비 조달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지자체의 낮은 재정 자립도를 감안하면 국비 지원 이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지방비 부담도 문제다.



◆녹색성장=정부는 2009년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5년간 107조4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역점 추진 분야는 ▶기후변화 적응 ▶에너지 자립 ▶신성장 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 ▶국가 위상 강화다. 국토부도 2011년 업무계획을 통해 “4대 강에서 시작된 녹색국토로의 변화가 지방의 소하천과 주변 도시, 해안, 바다 등 전 국토로 확산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군수, 전시성 토건 사업만 신경



꼭 필요한 교육·복지에 쓸 돈 없게 돼”



천우정 국회 예산분석팀장












“시장·군수가 눈에 띄는 사업에만 집중하니까 필요한 사업에 쓸 돈이 없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천우정(사진) 행정예산분석팀장은 지자체 사업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지자체 전시성 사업의 실태는.



 “복지보다 토건 사업에 매달리는 게 문제다. 2009년 지자체의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38조7000억원이다. 중앙정부(25조5000억원)보다 많다. 대다수가 전시성 사업이다.”



-‘생태하천’이 요즘 유행이다.



 “청계천이 성공모델이 되자 시장·군수가 앞장서 생태하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하천 정비가 필요하지 않은 지역까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여주 간매천 은 30년간 수해가 없었는데 ‘수해 상습 개선사업’ 대상이 됐다.



 “지방하천 정비사업은 하천별 예산을 따져봐야 한다. 한데 전체 예산 총액만 편성한다. 이게 문제다.”



-국회 심의에서 전시성 사업을 막을 수 있을 텐데.



 “물론 가능하다. 그런데도 태백체험공원이나 여주생태하천이 나왔다. 이젠 지방 의회가 예산 분석 역량을 길러야 한다.”



-지자체 예산은 어떻게 운용돼야 하나.



 “복리에 써야 한다. 경남 합천군이 좋은 예다. 이곳은 최근 5년간 인구가 줄지 않았고, 학생 수는 오히려 늘었다. 시골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교육 부실이라는 데 착안해 100억원의 교육발전기금을 마련해 종합교육회관을 운영하고 무상급식도 실시한 결과다.”



◆탐사부문=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오종택·김상선 기자



◆공동기획=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세금 낭비 사례 제보받습니다. 세금 낭비 막을 아이디어도 구합니다.

연락처:02-751-5352∼4, dee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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