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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반발 돌파한 1조 부자 김택진의 집념

중앙일보 2011.02.09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엔씨소프트, 9구단 우선협상권자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프로야구 사장단 이사회를 열고 “엔씨소프트를 경남 창원 연고의 제9구단 창단 우선협상권자로 지정한다”고 결정했다.



 창단 실무를 맡은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김택진(44·사진) 대표가 구단주를 맡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가 온라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를 창립한 때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 과정 재학 중이던 1997년 3월이다. 14년 만에 김택진은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됐다.



 프로야구는 산업 규모는 작지만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소유하며, KBO 총재 인선은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이런 점에서 엔씨소프트의 등장은 한국 경제와 스포츠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의 창단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구단은 끝까지 강경 반대 입장이었다. 다른 구단들도 대기업이 아닌 정보기술(IT) 업체가 프로야구판에 진입하는 걸 내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기존 구단의 아성에 맞서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는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우선 통합 창원시라는 우군을 얻었다. 김두관 경남지사, 박완수 창원시장과도 라인이 개설돼 있었다. 창원시는 여러 경로를 통해 KBO에 창단을 촉구하면서 엔씨소프트를 도왔다.



 창단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 때엔 공식 대응보다는 실무 작업에 집중했다. 기존 구단에 대해서는 몸을 낮췄다. 창단이 처음 심의된 1월 11일 KBO 이사회를 앞두고 김 대표는 실무진을 통해 “프로야구를 현 위치까지 발전시키고 끌어오신 기존 구단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겠다” “야구 발전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메시지는 김 대표가 ‘Respect(존경심)’와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이재성 상무에게 전달한 뒤 다듬어졌다. 핵심을 잡은 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주요 사안은 이 상무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상황 변화에 순발력 있는 대응이 가능했다.



 김 대표는 개인 보유 주식 가치가 1조원이 넘지만 아직 게임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왜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되고 싶어 할까. 게임개발사 와이즈캣의 남민우 대표는 2001년 엔씨소프트의 리처드 개리엇 영입을 예로 들었다. 개리엇은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울티마’ 개발자다. 남 대표는 “개리엇 영입은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빅 뉴스였다. 그가 개발한 게임은 대실패했지만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명도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야구단 창단도 눈앞의 손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내다본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2009년 기준 매출액 6347억원인 엔씨소프트가 안정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창단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과 순발력은 거대 기업 산하의 타 구단과 비교되는 장점이다.



 프로야구단 유치를 지역 통합의 상징으로 삼는 창원시는 “기존 마산구장을 리모델링하고 5년 내 새 구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110만 명의 인구는 흥행이 가능한 규모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실무진을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에 파견했다. 모두 IT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해외 구단이다. 이재성 상무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구단 운영에 적극 활용한 게 인상적이었다. 이 분야에선 엔씨소프트가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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