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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제역, 덴마크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2011.02.07 00:29 종합 30면 지면보기
구제역 때문에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살(殺)처분됐다. 보상금과 방역비 등 손해액만 3조원을 웃돈다고 한다. 한국형 씨돼지를 비롯해 국내 축산자원 보고인 국립축산과학원까지 두 달 가까운 연구원들의 연금생활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제역에 뚫렸다. 문제는 이런 재앙(災殃)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구제역 상시 발생국인 중국과 베트남, 몽골 등과 매년 수백만 명이 오간다. 국내 항구에 들어오는 해외 물동량의 60%를 중국과 동남아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농민의 공항 검역조치를 의무화하고, 구제역 정밀 검사장비를 지방 2~3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번에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차단하는 데 실패했고, 초동 단계에서 간이 항체키트의 검사 잘못에 따른 반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기를 써도 구제역을 완벽히 차단하긴 어렵다. 더구나 축산업도 비용과 수익을 따지는 산업이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자동화와 대형화로 갈 수밖에 없다. 값싼 해외인력 수입 역시 늘어나기 마련이다. 모두 구제역 재앙이 반복되기에 딱 좋은 환경들이다.



 이젠 땜질식 처방을 넘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구제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매년 고작 20억원어치의 육류를 수출하는 나라가 구제역 청정국이란 명분에 매달려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살처분에 집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초동 단계부터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과 백신 접종을 과감하게 배합해 나가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구제역 사태를 축산업 선진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규모 농장이 곳곳에 산재한 국내 환경은 전염병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처럼 일정한 시설과 축산지식을 갖추도록 제한하는 가축사육 면허제(免許制)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염병의 발생·확산에 책임이 있는 농가에는 보상금 지급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 축산업이 계속 온실 속의 화초로 남는다면 국가와 축산농가 모두에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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