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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전 벌이다가도 기도시간엔 ‘휴전’ … 사망 당일 장례식 … 시위에 이용 안 해

중앙일보 2011.02.07 00:21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집트 민주화 시위 현장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옆의 오마르 마크람 사원. 토요일인 5일 오후 4시, 이날의 세 번째 기도 시간이 되자 시위대 수백 명이 몰려와 기도를 올렸다. 정해진 시간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올리는 하루 다섯 차례의 기도는 아랍어로 ‘살라트’라고 해서 신앙고백(샤하다)·자선(자카트)·단식(사움)·메카순례(하즈)와 더불어 수니파 무슬림(이슬림 신자)의 다섯 가지 의무 중 하나다. 현대 사회에서도 무슬림은 전부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숫자가 이를 따른다. 해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는 기도 시간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 시위 중 구호를 외치다 말고 기도 시간만 되면 그 자리에 엎드리는 일이 다반사고, 투석전을 벌이다가도 기도 시간만 되면 ‘휴전’을 한다.


이집트식 온건 시위

 이러한 종교적 태도가 이집트 사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완충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는 정부에 물리적 위협은 가하지 않고 있다.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내무부 청사 주변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인 이후론 광장에서 구호만 외치고 있다.



 그동안의 시위에서 100명 이상의 시민이 숨졌다. 상당수는 경찰의 총격에 의한 것이었지만 누구도 무장투쟁이나 보복을 내세우지 않는다. 최대 야권단체 ‘무슬림 형제단’의 간부 무스타파 알사위는 “무슬림은 모두 형제다. 우리는 형제에게 총을 겨누지 않는다”며 “무장을 하는 순간 대다수 시민은 종교적 이유로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 희생이 시위 동력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이슬람권에서는 사망자는 통상 당일 매장한다. 하루의 마지막 기도 시간이 지난 뒤에 사망하면 다음날 장례를 치른다. 장례식 때 흐느낌은 있어도 통곡은 없다. 오마르 마크람 모스크에서 만난 이브라힘 사이드는 “이슬람에서 죽음은 낙원으로 가는 중간 단계이므로 몸부림치며 우는 것은 신성함을 해치는 것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례식이 시위로 연결되거나 시위대가 사망자의 사진을 내걸고 복수를 다짐하는 일도 없다.



카이로=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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