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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득실 손가락, 코 후비다 ‘큰 코’ 다친다

중앙선데이 2011.02.06 02:20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코박사’ 서울아산병원 장용주 교수에게 듣는 코 건강법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가 콧속에 들어온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비갑개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코와 얼굴의 밸런스가 잘 맞네요. 콧대도 휘지 않고 높이도 적당해 호흡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맞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48) 교수가 기자를 보고 인사로 건넨 말이다.



코 치료 성형 전문가인 장 교수를 찾는 환자들은 코 때문에 울었다가 웃는다. 그는 선천적으로 콧대가 휘거나 너무 낮아 콧구멍이 좁은 환자들에게 시원한 숨길을 열어주는 코 치료성형 전문가다. 국내 이 분야에서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 그의 환자 3분의 1은 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반듯했던 코가 일그러지고, 세균 감염으로 콧구멍이 녹아 들어가는 환자들이다.



코에 문제가 생기면 숨쉬기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폐렴이 발생하고 천식,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장 교수는 10년 전부터 코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도 연구한다. 이미 10여 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리노바이러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사다. 리노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의 60%를 차지한다.



-코는 어떤 기관인가.

“호흡기의 첫 관문이다. 코는 흡입한 공기의 이물질을 걸러낸다. 차갑거나 더운 공기가 폐를 자극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코에는 라디에이터·가습기·제습기·에어컨·공기정화기가 일체형으로 있는 셈이다. 겨울철 영하 10도의 차가운 공기는 코를 통과하는 순간 31~32도로 올라간다. 폐로 이동하면서 37도까지 상승한다. 후각도 코의 중요한 기능이다.”



-코가 고장나면 발생하는 문제점은.

“코에 발생하는 질환은 코감기, 비염, 축농증, 비중격만곡증(코의 중앙에 수직으로 위치해 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인 비중격이 휜 증상) 등이다. 이런 병들은 코 호흡을 방해하고 다양한 합병증을 부른다.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하면 이물질이 그대로 유입돼 폐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천식, COPD 등 기존 호흡기 질환도 악화한다. 입 호흡은 타액(침)을 마르게 해 구강건조증과 충치, 입냄새를 부른다. 특히 냄새를 못 맡으면 후각이 떨어져 무언가 타고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해 안전사고에 취약해진다. 맛을 못 느껴 식욕부진도 온다. 코는 눈과 뇌에 가깝게 붙어 있다. 코의 염증이 만성화되면 눈이나 뇌로 번질 수 있다.”



-리노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코에 발생하는 중요한 질환 중 하나가 축농증(부비동염)이다. 축농증은 감기를 치료하지 않으면 나타난다. 감기 후유증으로 약 20%에서 급성 축농증이 생기고, 방치하면 만성으로 진행한다.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약 7개다. 이 중 리노바이러스가 감기 원인의 60%를 차지한다. ‘리노’는 라틴어로 ‘코’라는 뜻이다. 주로 코감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리노바이러스의 인체 습격은 코에 머물지 않는다. 합병증으로 축농증은 물론 중이염과 폐렴을 부르고, 호흡기질환이 더 나빠진다. 결국 리노바이러스 감염을 줄이면 코뿐 아니라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리노바이러스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많다.”



-코 질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자가진단이다. 감기는 열두 달 지속되는 병이 아니다. 면역기능이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약 일주일이면 된다. 성인은 1년에 2~3번, 유소아는 5~6번 감기에 걸린다. 1년 내내 감기 증상이 있다는 것은 알레르기비염, 축농증, 비중격만곡증 등 만성적인 코 질환이 있다는 증거다. 의사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어떤 코가 건강한 코인가.

“건강이 나쁜 코를 말하는 게 빠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콧대가 좌우로 휘고, 눌린 것처럼 주저앉아 있으면 호흡이 힘들어 수술이 필요하다. 서양인처럼 너무 뾰족한 코는 콧속 면적이 좁아서 건조한 환경, 먼지 등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남자 배우들은 대부분 코가 잘생겼다. 여자 배우들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코 수술법을 개발해 발표했는데.

“콧속에는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 같은 부위가 있다. 이곳을 ‘비갑개’라고 하는데 상·중·하 세 부위가 있다. 이 중 하비갑개는 코에 들어온 찬 공기를 적정 온도로 데우는 라디에이터 기능을 한다. 하비갑개가 많이 부어서 기도를 막으면 일부 잘라내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술자에 따라 하비갑개를 너무 많이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 라디에이터를 잃은 것과 같아 겨울에는 마스크 없인 숨도 못 쉰다. 하비갑개를 모두 절제해 코 기능이 불구가 된 것을 ‘빈코증후군(empty nose syndrome)’이라고 한다. 기존 수술에선 테플론이라는 인공물질로 하비갑개를 재건해 줬다. 나는 귀 연골을 이용해 인체 친화적으로 재건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인 ‘라링고스코프(Laryngoscope)’ 최근호에 발표했다. 하비갑개의 기능이 70%까지 회복된다.”



-코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생활습관은.

코가 싫어하는 먼지 많고 건조한 환경을 피한다. 코 안쪽의 말랑말랑한 조직인 ‘점막’이 촉촉이 젖어 있어야 건강한 코다. 담배 연기도 좋지 않다. 축농증, 비염처럼 코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알코올을 섭취하면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곧바로 코 점막이 붓고 호흡이 힘들어진다. 딱딱해진 코딱지는 바셀린이나 생리식염수를 넣어 말랑말랑하게 한 후 풀어낸다. 코는 하루 1L의 콧물을 만든다. 콧물은 풀어내기보다 목 쪽으로 흡입해서 뱉는 게 좋다. 콧물을 잘못 풀면 코와 귀가 통하는 ‘이관’으로 역류할 수 있다. 어차피 콧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목으로 넘어간다.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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