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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변신

중앙선데이 2011.02.06 01:43 204호 11면 지면보기
‘쩡~쩍, 빡’.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강바람보다 빠르게 귓전을 때립니다. 얼음판을 디디고 있는 발에도 적지 않은 울림이 전해집니다. 얼음 깨지는 소리가 요란맞아 슬그머니 겁이 납니다. 강바람도 얼리는 추위가 이미 언 얼음을 밀어 깨뜨립니다. 얼음이 얼음을 깨고, 그래서 추위는 좀체 깨질 줄 모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얼음조각에 엉겨 붙은 빛이 얼음의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얼어붙은 강에 배 깔고 누워 조심조심 얼음조각을 향해 기어갔습니다. 재미와 두려움이 엇갈립니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얼음조각에 코를 박고 뚫어지게 봤습니다. 몇 조각의 얼음이 비록 뒤 선 얼음에 밀려 깨진 신세지만 생긴 모양이 제법 멋있습니다. 얼음 속에 공기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꽤 오래 얼음바닥에 엎드려 놀아도 춥지 않았습니다. 엎드려 있으니 강바람을 피한 꼴입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댁 근처에서 썰매 타며 놀던 기억이 솟아납니다. 그때 이후로 이렇게 얼음바닥에서 뒹굴며 논 것은 처음입니다. 놀이의 즐거움은 역시 마음의 즐거움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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