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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류에 시동 걸다

중앙선데이 2011.02.06 01:11 204호 5면 지면보기
세계무대를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1일 막을 올렸다. ‘영화 같다’는 찬사를 받았던 조성모의 2000년 뮤직 비디오 ‘아시나요’를 모티브로 한국의 김광수, 설도윤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았다. 작곡에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과 무대 디자인에 ‘멤피스’의 가브리엘 베리 등 브로드웨이 정상급 크리에이터들이 두루 참여했다. 이들이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목표로 3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빚어낸 야심 찬 창작뮤지컬이다. 7주간의 한국 공연에 이어 일본·유럽을 거쳐 브로드웨이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음악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스타배우 브래드 리틀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창이 극 전체에 중량감을 더했다.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조명과 영상을 절묘하게 결합한 무대장치는 극에 역동성을 부여함은 물론 인물의 내면심리까지 정교하게 펼쳐 보였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 1일~3월 19일 국립극장

무엇보다 한국적·동양적 정서로 차별화된 승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파병 군인과 원주민 여성의 사랑 이야기는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으로 보인다. 1989년 초연된 ‘미스 사이공’이 미군 병사를 사이에 둔 두 여인의 삼각구도라면, ‘천국의 눈물’은 베트남 여인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삼각구도다. 베트남 여인 ‘린’과 한국 병사 ‘준’의 사랑을 미군 대령 ‘그레이슨’이 갈라놓는 줄거리다.

‘미스 사이공’의 미군 병사 크리스는 동양 여인과의 사랑을 쉽게 포기하지만 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수호자로 등장해 관객의 감수성에 호소한다. 동양 여인은 더 이상 정복의 ‘대상’이길 거부하고 자기 의지로 삶을 선택하는 ‘주체’로 격상됐다. 버림받아 자살하는 비극은 미군 대령의 몫이다. ‘사랑이 떠나도 내 삶을 산다’는 서양인의 정서로는 납득할 수 없는 설정이나 ‘사랑을 잃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동양의 정서가 우선되었다. 대령의 죽음은 그가 상징하는 ‘명령, 규칙, 힘의 논리’를 신봉하는 서구적 가치의 자멸이자, ‘나비부인’에서 ‘미스사이공’으로 계승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도발이다.

사랑 이야기를 넘어 비슷한 전쟁을 겪은 당사자로서 전쟁의 상처와 허무를 호소하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원주민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준,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죽은 자의 영혼은 극의 모티브가 된 ‘아시나요’ 뮤비에서 조성모의 “왜 이래야 되는데”라는 마지막 절규로 거슬러 올라가 ‘사랑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증오하고 죽이는 법을 배워야 하는’ 전쟁의 모순을 고발한다. 작품은 약육강식, 힘의 논리라는 전쟁의 메커니즘을 거부하며 용서와 화해, 공생이라는 동양적 가치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준’과 ‘린’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안타깝지만 프랭크 와일드혼의 중독성 강한 테마곡 ‘들리나요(Can you hear me)’와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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