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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疫病

중앙일보 2011.01.28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 중 ‘천관서(天官書)’를 지어 하늘의 현상을 인간사의 길흉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그는 하늘의 항성(恒星) 28수(宿) 중 동쪽 하늘의 저성(氐星)이 하늘의 끝(天根)으로 역병(疫病)을 주재한다고 보았다. 역병은 유행성 급성 전염병(傳染病)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역(疫)을 ‘백성이 모두 병들다(民皆疾也)’라고 풀이했다. 병(疒·녁)과 몽둥이(殳·수)가 합쳐진 글자다. 몽둥이(殳)는 손(又)으로 잡아(几)서 사람을 때려 죽이는 무기다. 돌림병을 퍼뜨린다는 귀신은 역귀(疫鬼)다. ‘가검물(可檢物)을 수거해 역학(疫學)조사를 의뢰하다’는 말이 뉴스에 종종 나온다. 병균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거둔 물질로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을 밝힌다는 뜻이다.



 전염병의 전(傳)은 사람(人)과 오로지 전(專)이 합쳐진 글자다. 전(專) 하단의 촌(寸)은 손(手)에 하나(一)를 보탰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폭을 뜻하는 촌(寸)은 곧 손을 의미한다. 그 위에 주머니(橐·탁) 안에 물건을 넣는 형태의 상형 글자(叀·전)가 덧붙었다. 전(專)은 주머니에 물건을 넣고 손으로 단단히 다진다는 의미에서 ‘오로지’의 뜻이 됐다. 단단하고 둥근 알 모양의 물건의 바깥을 둘러싼 모양은 단(團)이다. 둥글게 ‘뭉치다’는 뜻이다. 자전거(自轉車)의 전(轉)은 둥근 물건은 잘 돌아간다고 해서 ‘구르다’가 됐다. 즉, 물건을 담는 주머니를 사람이 등에 지고 가는 모양의 전(傳)은 ‘(물건을) 나르다’ ‘(소식을) 알리다’는 의미가 됐다. 염(染)은 물(水)과 나무(木), 아홉 구(九)가 합쳐진 글자다. 옷감을 물들이는 염료는 대개 식물(木)에서 나왔다. 염료는 대체로 액체(水)로 가공해 사용했다. 염색은 여러 번 반복해야 제대로 색이 들었다. 아홉 구(九)가 들어간 이유다. 옷감에 색을 ‘물들이다’는 염(染)에 ‘병이 옮겨 붙는다’는 뜻이 덧붙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조류인플루엔자(AI), 신종인플루엔자A(H1N1)에 이어 구제역(口蹄疫)까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亡羊補牢) 격이지만 이참에 방역(防疫) 체계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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