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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뉴얼대로 하다 3조 날렸다

중앙일보 2011.01.26 02:20 종합 1면 지면보기



의심 증상 나타나야 살처분
초기 대응 잘못 ‘팬데믹’ 불러
살처분 보상비만 1조7000억
정부 “매뉴얼 새로 만들 것”





정부의 구제역 대처용 ‘매뉴얼(표준대처요령)’과 역학조사 방식이 문제투성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현실 반영도 안 돼 그대로 따라 해도 구제역을 막기는커녕 전국으로 번지기 일쑤다. 서둘러 매뉴얼을 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팬데믹(pandemic·전염병 급속 확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5일 현재 매몰처분 가축은 262만5553 마리로 늘었다. 이에 따른 보상비만 1조7387억원이 들어갔다. 방역 초소 운영과 소독약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비용까지 합하면 피해 금액이 3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25일 “안동에서 구제역 발생이 공식 확인되기 10일 전에 이미 경기 지역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매뉴얼에 여러 허점이 있었는데도 매뉴얼대로만 하다 경기 지역을 한 달 이상 방치한 게 전국 확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행 매뉴얼에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500m 이내 가축을 살처분하고 10㎞ 반경의 사람·차량을 통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2주에 이르는 잠복기에 방역대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퍼졌을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정밀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를 추적해야 하지만 차량과 사람 통행기록이 없어 기억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사전 차단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도 매뉴얼만 따져 소극적으로 일관하다 시기를 놓쳤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새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피해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추가 재원 마련도 급해졌다.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을 대비해 확보한 예산은 1030억원인데 이미 모두 썼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보해둔 예비비 2조7000억원 중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다른 재해 피해 복구에도 써야 하는 돈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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