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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인파에 숨어 자폭 … 체첸 이슬람 반군 소행인 듯

중앙일보 2011.01.26 01:42 종합 6면 지면보기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폭탄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예배가 24일(현지시간) 공항 내 예배당에서 열렸다. 한 희생자의 아들이 엄마 품에서 오열하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24일 오후(현지시간)에 일어난 폭발 사건의 사망자가 35명으로 늘어났다. 영국인 2명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180명 중 80여 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은 북 캅카스 지역의 체첸 또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세력이 벌인 테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숨진 용의자의 외모가 이 지역 출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 캅카스는 러시아 서남부의 무슬림(이슬람 교도) 소수민족 거주지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평균 이용자가 250만 명가량으로 모스크바의 세 개 공항 중 가장 규모가 큰 도모데도보 공항은 사건 발생 수시간 뒤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이슬람 반군 소행 추정=폭발은 오후 4시32분쯤 국제선 입국장 대합실에서 일어났다. 독일·이탈리아·타지키스탄에서 온 승객들이 수하물을 찾아 나오던 시점이었다. 폭발물이 터지자 굉음과 함께 파편이 튀었다. 대합실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찼으며 천장의 일부가 무너졌다. 현장에서 31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수사를 맡은 러시아의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마중객 사이에 숨어 있던 자폭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체첸과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이 있는 북 캅카스에는 러시아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반군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일어난 두 건의 연쇄 폭발도 이 지역 무장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4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숨진 이 사건에 대해 체첸 반군은 당시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다. 2004년 8월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두 대가 공중에서 연쇄 폭발한 일도 있었다. 체첸 반군은 이 역시 자신들이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 정보 기관이 테러 조짐을 사전에 포착했으나 이를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전쯤 공항에 테러를 하겠다는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러 대통령 “비상체제 돌입”=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러시아 내의 모든 공항과 대형 교통 시설에 비상체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한 출국 계획을 연기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테러범들이 잔인무도한 짓을 저질렀다”고 말하며 공항 안전 문제나 테러범 수사 등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테러를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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