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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신랑은 8078만원, 신부는 2936만원 … 혼수 스트레스

중앙일보 2011.01.26 00:29 종합 20면 지면보기
결혼은 축복을 받으며 인생을 새 출발하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축복만은 아니다. 고비용 결혼구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남자가 8078만원, 여자가 2936만원 든다. 부담이 크다보니 파혼하기도 하고 싸우며 출발하기도 한다. 그 실태를 진단한다.


“집 마련은 신랑 몫” … 남자들 출발부터 한숨



증권회사 직원 김진수(33)씨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양쪽 집안의 합의에 따라 김씨가 집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막막하다.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아서다. 부모님한테 3000만원을 지원 받고 은행 대출 1억3000만원과 저축 등을 합해 서울 성동구에 아파트(85㎡) 전세를 얻었다. 전세가 오른 데다 물건이 없어 최근 6개월 동안 집을 보러 다니느라 생고생을 했다. 김씨는 “대출금 이자 100만원과 원금을 갚을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며 “서울에서 남자가 결혼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빚지고 출발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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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집값, 혼수나 예물 눈높이 상승, 일반화된 해외 신혼여행 때문에 혼인 비용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4월 결혼을 앞둔 한 예비신부는 “한 번이기 망정이지 두 번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2500가구를 조사했더니 신랑 측 집안의 45.8%가 5000만~1억원 미만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신부의 39.2%가 1000만~3000만원을 부담한다. 신부의 75.3%가 신혼집 마련에 돈을 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평균 결혼비용이 남자가 여자의 2.8배에 달한다. ‘집은 남자, 혼수는 여자’ 라는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퇴직공무원인 강모(60)씨는 지난해 10월 며느리를 보면서 8000만원가량 들었다. 모아 놓은 돈 2000만원에다 아들(32·회사원)이 저축한 돈 5000만원, 아들이 총각 때 살던 집의 전세금 등을 보탰지만 돈이 모자라 친척에게 2000만원을 빚졌다. 강씨는 결혼 적령기가 가까워진 둘째 결혼 비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혼수 비용을 대는 신부 측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최모(30·회사원)씨는 비용 갈등 때문에 끝내 파혼했다. 지난해 여름 맞선으로 만난 남자(대기업 연구원) 쪽에서 “집을 물려 받을 테니 세금과 가전제품을 마련해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1억원 정도 필요했는데 그만한 돈이 없었다. 남자 쪽과 다툼이 계속됐고 결국 헤어졌다.



 법정 다툼으로 간 경우도 있다. A씨는 2008년 4월 예비 시어머니와 시누이한테 “에어컨·김치냉장고가 없고 TV·냉장고·세탁기·침대·장롱이 너무 작고 침대 매트리스 질이 떨어진다”고 야단을 맞았다. 물건을 바꾸려 했지만 판매처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혼 직전 파혼 통보를 받았고 남자를 상대로 “54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항소부는 2009년 12월 “남자가 혼수로 인해 발생한 예비 시어머니·시누이 사이의 갈등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파혼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1000만원과 혼수품 비용 1300만원 등 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이마트 주엽점(경기도 일산서구) 직원 박종대씨는 “남자는 겉으로 보기에 좋고 비싼 제품을 고르고 여성은 실속형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을 고르다 예비 부부가 싸우기도 하는데 부모와 같이 오면 더하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결혼 비용 문제는 대개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싸움으로 번져 소송까지 이르게 돼 이혼하기도 한다”며 “혼수 규모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당사자들이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최문선 서기관은 “남자가 무조건 집을 구하는 관습에서 탈피해 결혼 비용을 남녀가 능력껏 부담하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혜택을 늘리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구희령·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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