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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테두리 색 입혔더니 고객들이 돈 더 쓰더라

중앙일보 2011.01.26 00:28 경제 9면 지면보기



오준식 현대카드 디자인 실장 ‘돈버는 디자인’ 을 말하다



현대카드 오준식 디자인 실장이 새로운 블랙카드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새 블랙카드는 리퀴드메탈 재질일 뿐만 아니라 앞면이 아닌 뒷면에 마스타카드 로고가 들어가는 세계 최초의 카드이기도 하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은 일을 한 거죠.” 24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만난 오준식(42·사진) 디자인 실장의 말이다. 새롭게 바꾼 ‘블랙카드’ 디자인을 설명하며 한 얘기다.



VVIP용 카드인 블랙카드. 이달 초 티타늄에서 리퀴드메탈로 재질을 바꿨다. 현존하는 금속 중 최고의 강도를 지닌 신소재다. 리퀴드메탈 카드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숙련된 전문가의 정밀한 수작업이 필수다.



언뜻 봐선 연회비 200만원짜리 블랙카드를 위한 사치스러운 작업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카드를 기획한 오 실장의 설명은 다르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21세기형 금속 화폐를 만들자는 개념에서 출발했어요. 미래 화폐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할 수 있죠.”



 단순히 재질을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 이상의 변화라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블랙 리퀴드메탈 카드는 시작일 뿐이다. 그는 “앞으로 다른 카드에서도 리퀴드메탈이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 그 기능이 뭔지는 비밀이란다.



 그는 이노디자인의 잘나가던 디자이너였다. 현대카드에 합류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국내 금융회사 중 디자인실이 있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그는 금융권 유일의 디자인 실장인 셈이다. 금융과 디자인의 결합은 아직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오 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금융산업이 이렇게 큰데, 디자인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의아하죠.”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반짝이거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결코 아니다. 그는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리해 주는 게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만을 위한 디자인’ ‘변화만을 위한 변화’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현대카드에서 그는 어떤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돈 버는 디자인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디자인이 단순히 회사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 테두리에 색을 입혔더니 실제 고객들의 사용액이 늘었어요. 또 적지 않은 고객이 카드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디자인을 꼽고 있고요.”



 그는 “머지않아 다른 카드사들이 로열티를 주고 우리 디자인을 사가는 날이 분명히 온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오 실장은 “현대카드는 훌륭한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이해하는 경영자의 조합이 이뤄진 국내 5개 기업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럼 다른 네 곳은 어디일까. 그는 두 곳만 꼽아줬다. 네이버와 기아자동차였다.



 해외 금융회사 가운데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를 디자인 잘하는 회사로 인정했다. 정체성을 잘 찾아간다는 평가다. 하지만 끝에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멕스는 늙은 공룡이에요. 기초는 탄탄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힘을 보이지 못하고 있죠. 아멕스는 카드회사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보여줄 겁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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