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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연평도 그 후, 사진가들이 본 것은 …

중앙일보 2011.01.26 00:21 종합 27면 지면보기



버려진 반려동물 렌즈에 담은 ‘사라지다, 남겨지다’전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에 버려진 개. 당시의 처참함을 전달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형락씨 작품.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31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사라지다, 남겨지다’ 전이다.



 전시는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특별한 순간)’으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이 연평도 폭격 이후 폐허가 된 거리를 배회하는 개 한 마리를 찍은 신문 사진을 보면서 출발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를 맡으며 동물보호운동가로 변신한 임 감독은 폭격 직후 연평도를 찾아 버려진 개와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며 동물구호활동을 벌였다. 그는 “전쟁 덕에 집주인이 매놓은 목줄은 풀렸으나 녀석(사진 속 개)의 눈동자에는 자유대신 두려움과 외로움이 가득했다. 녀석은,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님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임 감독의 얘기는 사진작가 이상엽씨에게 전해졌고, 임 감독과 함께 연평도를 찾은 이 작가는 생애 처음 동물 사진을 찍었다. 일행을 따라오는 굶주리고 병든 수십 마리의 개들, 그 와중에서도 새 생명이 태어나는 아이러니. 주인들이 섬을 떠나며 버림받은 개들은 여전히 목줄에 묶인 채, 혹은 풀린 채로 굶고 병들었다. 흰 몸뚱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찢기고 곪았다. 사실 연평도에서 개 몇 마리쯤 죽었다는 것은, 인명과 물자의 엄청난 피해에 가리워져,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사진전에는 이상엽 작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형락씨, 중앙일보 사진기자 김성룡씨 등 6명이 참여했다. 가장 폭력적인 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들이다.



 이상엽씨는 흑백의 강렬한 대비, 공간의 비움을 통해 폭력과 소외의 비극성을 드러냈다. 최형락·최항영씨는 폐허 위에 달랑 혼자 남은 동물들을 통해 당시 상황의 끔찍함을 전달한다. 말 못하지만 무언으로 무언가 항변하는 듯 하다. 이치열·김성룡씨 사진 속 동물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전쟁에선 누구를 막론하고 피해자일 수밖에 없지만 우선적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들이다. 여성, 아이, 노인, 장애우 등. 그러나 이들보다 더 취약한 존재가 동물이다. 전쟁이라는 절대적 폭력 앞에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지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연평도의 평화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소중하다. 평화란 가장 작은 곳에서부터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에.”(임순례) 02-720-2010.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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