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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같은 비용 다른 결과 … 프랑스·독일 저출산 대책

중앙일보 2011.01.26 00:17 경제 4면 지면보기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센터장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호가 저출산이란 암초를 만나 서서히 침몰해 갈 상황에 직면했다. 미래의 동량(棟梁)인 새 생명의 탄생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가파르게 감소한 탓이다.



 2009년 합계 출산율 1.15명-. 지구촌 186개 국가 중 184위다. 평균 출산율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사회 진입 신호탄은 이미 1983년,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울렸다. 하지만 95년까지 산아 제한 정책이 전개됐으니 10년 이상 정부가 앞장서서 저출산 국가로의 진입을 가속화한 셈이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국가 차원의 출산 장려 정책인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율 1.08명을 기록한 2005년에야 수립됐다. 이후 정부는 5년간 혈세 42조원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출산율 1.15명이란 참담한 모습이다.



 뒷북 행정의 결과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국가 경제를 이끌 ‘생산 가능 인구’는 6년 뒤부터, 총인구는 10년 후부터 감소될 전망이다. 저출산 국가의 앞날은 암울하다. 노동력 부족, 저축률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 세수와 병역 자원 감소, 복지 재정 증가 등의 문제가 겹쳐 경제성장률과 국력이 급속히 쇠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뇌에 각인된 본능이다. 저출산 현상은 종족 번식 본능을 억제할 만큼 출산으로 초래되는 장애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화·산업화·핵가족 시대를 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자녀의 존재가 부모에게 큰 짐으로 느껴진다. 실제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억62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출산을 독려하려면 정책적으로 자녀의 양육비·의료비·교육비 등의 부담을 부모로부터 획기적으로 덜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의 ‘미래 노동력 확보’란 차원에서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가족 이기주의를 탈피하지 않는 한 한민족이 공생(共生)하기는 어렵다.



 ‘아이는 어머니가 키워야지…’란 식으로 양육의 부담을 여성에게 지우는 태도도 삼가야 한다. 일례로 자녀 양육비·의료비·교육비 등을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독일과 프랑스 간에도 2009년 출산율은 1.35명과 1.98명으로 차이가 크다.



 독일에선 자녀를 보육원에 보내고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여성에게 ‘까마귀 엄마(RabenmUtter)’란 오명을 씌우기 때문에 양육 부담을 느낀 여성들이 출산을 꺼린다. 반면 프랑스에선 아이는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또래와 어울려야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팽배해 여성의 양육 부담이 덜하다. 다자녀 출산 대열에 합류하는 여성이 많은 이유다.



 자녀 양육에 대한 가치관은 다르지만 2009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 4만2747달러, 독일 4만874달러로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프랑스는 미래에도 강대국 위상을 유지하겠지만 독일은 2류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독일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시급하다. 사정이 이런데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걸까. 출산율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줄 통치자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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