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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삼성·하이닉스 “중국으로 가는 길, BCT로 통한다”

중앙일보 2011.01.26 00:07 경제 11면 지면보기



중국통을 키워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좌우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0년 종합업적평가대회’. 중국 법인 소속 직원들의 공연이 끝난 후 ‘친구여’를 합창하며 중국 진출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새해에도 중국 열기는 뜨겁다.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제친 중국이 G2(미국+중국) 시대를 확고히 다지면서다. 중국 시장은 이제 한국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싸움터다. 그런 만큼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중국어와 현장 업무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는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한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CT)에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신세계이마트, 롯데마트, 금호아시아나, 신한은행 등 간판 기업들이 현장·실전 중국어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에서도 BCT 응시자가 늘고 있다. 신묘년 새해에 부는 BCT 붐을 짚어본다.





중국 바람을 타고 실용 중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CT:Business Chinese Test)이 취업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에 비해 중국 진출이 늦었던 금융계에서 두드러진다. 한국계 은행 가운데 일본 시장 최강자를 자부하는 신한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은 일본에서 미국 씨티은행에 이어 두 번째 외국계 현지법인을 세울 만큼 일본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 3년 전 중국 현지법인을 세운 뒤 지난해 말 현재 11개 분·지행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엔 한국계 은행 최초로 양쯔강 물류도시 창사(長沙)분행 개설을 인가받았다. 중국 현지법인의 인원은 330여 명. 그 가운데 90%가 현지인이다.



 신한맨들의 중국어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연구회는 그 전위대다. 회원 305명의 중국연구회는 매주 토요일 중국어 전문강사를 초빙해 수준별 강의를 들어왔다. 지난해 BCT가 사내 평가시험으로 채택된 뒤 실전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중국 탐방과 인적교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연구회의 4대 리더 이종태(45) 수유동지점 부지점장은 “지난 15일 전 임직원이 참여한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중국 법인의 현지 직원들이 중국 전통 공연을 펼쳤다”며 “이는 본격적인 중국 공략의 팡파르”라고 말했다.



 국민·우리·하나·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중국 공략 태세를 다지고 있다. 중국이 1인당 소득 4000달러 시대를 넘어선 만큼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중국 3대 상업은행인 공상·교통·중국은행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1~3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큰 중국 금융시장을 겨냥해 국내 은행들은 정규전보다 틈새를 공략하는 유격전을 구상하고 있다. 승패의 핵심은 역시 ‘지피지기(知彼知己)’다. 그래서 일당백의 실력을 갖춘 중국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재 양성의 지름길은 무엇일까. 몇몇 은행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 안에 자발적으로 결성된 중국연구회가 인재 양성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제조·서비스업체들과 비슷한 현상이다. 둘째, 인재 충원 과정에서 공채·스카우트 못지않게 내부 육성·발탁이 중시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어 실력을 중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BCT 열기는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영어의 경우 기업들이 토플보다 토익을 선호하는 것처럼 중국어 역시 토플과 비슷한 신HSK(한어수평고시)보다 토익에 가까운 BCT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BCT가 업무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역량을 테스트하기 때문이다. BCT는 문법·독해보다 말하기·쓰기 실력을 닦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국가기관인 한판(漢辦·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 약칭)에서 주관하는 BCT는 회사 업무와 상담·회의·생활·여행 등 모든 상황에 필요한 중국어 능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해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신HSK 대신 BCT를 중국어 실력 평가수단으로 채택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그룹과 대우·대신·KTB 증권 등이 채택 중이다. 한국BCT사업본부의 이하늘씨는 “한국의 대표기업들 가운데 직원 채용·평가 과정에서 BCT를 채택하는 곳이 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BCT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중국 주재원 선발·양성을 위해 사내 충원을 중시하면서 BCT는 입사 후에 중국어를 배우는 30~40대 늦깎이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금융권보다 중국 진출 경험이 오래된 하이닉스도 BCT를 중시하는 회사다. 하이닉스 인재개발원의 최영미씨는 “내부 교육 후에 BCT의 말하기·쓰기 시험을 실시한다”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롯데자산개발에 다니는 김영민씨는 그룹 차원의 중국어 교육을 6개월간 받은 후 BCT에 응시한 케이스. 그룹 내 최고 점수를 받은 김씨는 “실무 중심의 테스트라 바로 중국에 파견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BCT=중국 정부가 공인하는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usiness Chinese Test)의 약칭이다. 중국어로는 상무한어고시(商務漢語考試)다. 듣기·독해와 말하기·쓰기 등 두 부문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 각각 응시할 수도, 한 번에 모두 응시할 수도 있다. 최고 등급은 5급이다. 올해엔 5회 실시되는데 첫 번째 정기시험은 2월27일(일)에 치른다. 접수기간은 2월 7일(월)까지다. 중국 국가기관인 한판(漢辦)에서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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