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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賊

중앙일보 2011.01.25 00:21 종합 37면 지면보기
도(盜)·적(賊)·구(寇)·비(匪). 이른바 도둑을 일컫는 한자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는 일, 또는 그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다. 한자로는 도적(盜賊)이 대표적이다. 비적(匪賊)이란 단어도 있다.



 과거의 중국에서 흔히 썼던 용어로는 토비(土匪)가 있다. 도비(盜匪)도 같은 뜻이지만 용례는 적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도적떼를 흔히 토비라고 했다. 그러나 활동하는 장소나 방법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바다에 출몰해 남의 재화(財貨)를 강탈하는 사람들은 해비(海匪), 산에서 그 짓을 일삼으면 산비(山匪), 넓은 호수를 오가면서 도적질을 하면 호비(湖匪)다.



 병비(兵匪)라는 도적도 있었다. 관군(官軍)으로 행세하면서도 속으로는 민간인을 착취하는 부패한 군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 중국에서 만든 ‘정치토비(政治土匪)’라는 말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도적질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는 사람이다.



 일본이 20세기 초반 중국을 침략했을 때 중국인의 눈에 일본인은 ‘법비(法匪)’로 보였다. 앞에서는 법과 제도를 내세우지만, 실제적으로 노략질을 하는 도적이란 뜻이다.



 중국이 도적을 일컫는 대표적인 글자로 비(匪)를 쓴 데 비해, 한국은 적(賊)을 많이 사용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무너뜨리다’ ‘파괴하다’ 등의 의미다. 아울러 헐뜯고 해치며, 죽이거나 없애는 등의 의미가 부차적으로 붙었다.



 따라서 적이라는 한자의 의미는 바르고 옳은 정도(正道)의 반대, 즉 사도(邪道)의 새김도 얻었다. 적인(賊仁)이라고 적으면 어질고 착함을 훼손하는 일, 적의(賊義)라고 하면 의로움을 해치는 일이다.



 왕조(王朝) 시대에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혀 나라의 근본까지 흔드는 사람들을 난신적자(亂臣賊子)라고 불렀고, 성리학(性理學)의 정통 교리를 흔들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규정해 심한 경우 죽음으로까지 내몰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海賊)으로 새겨 본 도둑의 한자들이다. 무고한 사람을 해치며 재물을 강탈하는 해적을 소탕한 한국 군인의 용맹이 자랑스럽다. 남을 해치고, 옳은 길을 피해 샛길로 나아가 제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 적심(賊心)이다. 그런 뜻을 품고 행동하는 유무형(有無形)의 도적들에게는 늘 ‘몽둥이’가 최고인가 보다.



유광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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