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자로 보는 세상] 殲

중앙일보 2011.01.20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이었던 지난 2009년 10월 1일 베이징 천안문 앞 광장에서는 열병식(閱兵式)이 펼쳐졌다. 14개 도보(徒步)부대, 30개 장비(裝備)대열, 12개 공중(空中)편대까지 모두 쉰여섯 종류의 인민해방군 대오(隊伍)가 56개 중국 민족을 상징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하늘에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전투기 섬(殲·중국식 발음 젠), 폭격기 굉(轟·훙), 조기경보기 공경(空警·쿵징), 헬리콥터 직(直·즈) 계열의 항공기들이 등장했다. 이날 3세대 전투기 젠-10과 젠-11이 첫선을 보였다.



 중국 전투기는 이름에 한자 다죽일 섬(殲)을 쓴다. 미 공군 전투기에 Fighter의 F가 붙는 것과 같다. 섬(殲)은 뜻을 나타내는 죽을사변(歹)과 소리 부분인 부추 섬(韱)이 합쳐진 글자다. 적을 몰살시키는 것은 섬멸(殲滅), 한 사람을 죽여 백 사람을 경계하게하는 것은 섬일경백(殲一警百)이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펼쳤다는 태우고(燒光), 빼앗고(搶光), 죽이는(殺光) 삼광(三光)작전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글자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젠-20에 ‘흑사대(黑絲帶)’라는 별명을 붙였다. 레이더에 안 잡히도록 검은 실(黑絲)로 둘러싸인 듯하고(帶), 검은 4세대(黑四代) 전투기와 같은 발음이라 붙인 애칭이다.



 무중생유(無中生有). 병법의 교과서로 불리는 삼십육계 가운데 일곱 번째 전법이다. ‘없어도 있는 것처럼 기만한 뒤 실제로 갖추라’는 이 병법은 연막술과 ‘말보다 행동’의 무실(務實)이 핵심이다. 원자·수소폭탄·인공위성에서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까지 중국이 최신 무기를 개발하는 기본 전략이다.



 젠-20의 등장으로 세계 패권(覇權) 질서가 변하고 있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猛禽·맹금)는 1997년 9월 첫 비행에 성공하고, 2005년 12월 도입됐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은 주로 중국에 국채(國債)를 팔아 첨단 무기를 개발한다. 전주(錢主) 중국의 군사력은 이제 미국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금 워싱턴에 나부끼는 성조기(星條旗)와 오성홍기(五星紅旗) 뒤에는 F-22와 젠-20의 기수(機首)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연구원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