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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釋憂之旅

중앙일보 2011.01.19 0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매울 신(辛)은 원래 끝이 뾰족한 칼을 본뜬 형태다. 문신(文身)을 새기거나 코를 자르는 등의 형벌을 내릴 때 쓰던 칼이라고 한다. 맵다는 뜻은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묵형(墨刑)과 같은 고통, 쓰라림 등에서 그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해석된다. 주(周)나라 때 묵형은 그래도 다섯 가지 형(刑) 중 가장 가벼운 형이었다. 다섯 가지 형이란 묵형 외에 코를 베는 의형((劓刑), 발 뒤꿈치를 베는 월형(刖刑), 성기를 거세하는 궁형(宮刑), 죽음을 내리는 사형(死刑)인 대벽(大辟) 등을 말한다.



 신(辛)에 획을 하나 더 올리면 천양지차(天壤之差)의 뜻을 가진 행(幸)이 된다. 행은 죄인의 목이나 손에 채우던 칼을 본뜬 글자다. 칼은 싸움에서 승리해 권력을 거머쥐게 된 자를 가리키며, 이로 인해 ‘행복’의 뜻이 파생됐다고 한다. 행(幸)에 다시 눈(目)을 옆으로 세워 올리면 ‘칼을 들고 감시하는 눈’이란 뜻이 돼 ‘엿보다’는 역睪)이 된다.



 역(睪)에 들짐승의 발자국 모양이 변한 변(釆)을 왼쪽에 세우면 석(釋)이 된다. ‘죄를 지었는가를 발자국 살피듯이 본다’에서 의미가 확장돼 ‘놓다’ ‘풀다’의 뜻을 가지게 됐다. 석근관지(釋根灌枝)는 ‘뿌리는 내버려 두고 가지에만 물을 준다’는 뜻이다. 우(憂)는 머리(頁)와 마음(心), 천천히 걷다(攵)의 뜻을 결합한 글자다. 많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발걸음이 무거워질 정도이니 ‘근심’이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이 석(釋)과 우(憂) 두 글자를 들고 미국 방문에 나섰다. 그의 방미가 한 중국 언론에 의해 ‘석우지려(釋憂之旅)’라고 명명된 것이다. 세계 수퍼 파워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중국은 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국은 덩치 커진 중국을 깍듯이 대접하고 있다.



 장제스(蔣介石·장개석)가 공산당 토벌에 나서며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은 “하늘에 태양이 두 개면 어떠냐. 그중 하나를 백성들이 선택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세계에 미·중 두 개의 태양이 뜨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을 그럴 시간이 점차 다가오는 게 아닐는지 모르겠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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