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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三寸舌

중앙일보 2011.01.17 00:22 종합 33면 지면보기
한번 입으로 내뱉은 말은 빠르게 번진다. 그 속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였던 표현이 사마난추(駟馬難追)다.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인 사마(駟馬)가 쫓아가기 어려운 속도라는 뜻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KTX도 따라 붙기 힘든 속도라고 해야 옳겠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예부터 말 잘하는 이에 대한 형용(形容)은 많다. 타고난 말재간을 지닌 이는 천구(天口), 언설(言舌)이 날카로운 이는 이구(利口)다.



 그러나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에 대한 경계심은 아주 높다. 두구(杜口), 함구(緘口) 등 아예 입을 닫는다는 식의 단어가 그래서 생겼다. 결구(結口)는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언(失言)을 하고 마는 것은 실구(失口)다.



 자신의 지식과 경력을 뽐내려 뱉는 말이 요설(饒舌)이다. 장설(長舌)은 늘 시비를 부르는 말이다. 그런 말을 내뱉도록 하는 세 치 혀의 한자어가 삼촌설(三寸舌)이다. 요설과 장설 등의 혀는 그 사람이 죽더라도 썩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이 삼촌불란지설(三寸不爛之舌)이다.



 황(簧)은 혀와 동의어다. 피리 등 관악기(管樂器)의 울림대를 일컫는 글자였으나 쓰임새가 혀와 같아 그런 자리에 올랐다. 교묘한 말을 교언여황(巧言如簧)이라고 적는 이유다. 듣기 좋게 꾸미는 말이 사람을 쉬이 홀린다는 점에서 그런 뜻을 얻었다.



 불가(佛家)에서는 사람이 짓는 업보(業報) 가운데 비중이 큰 것으로 구업(口業)을 꼽고 있다. 입으로 짓는 업보의 항목으로는 망어(妄語)와 악구(惡口), 양설(兩舌), 기어(綺語)가 있다. 거짓말, 헐뜯는 말, 이간질 하는 말, 꾸미는 말이다.



 불가에서 절대 범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이 구업의 정도가 가장 높은 곳이 여의도 국회일 것이다. 늘 거짓과 중상(中傷), 모략(謀略)이 의원들의 세 치 혀를 통해 말로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민주당 의원의 거짓 폭로가 또 매스컴을 탔다. 국회라는 곳이 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이 추운 겨울에 마음이 썰렁해지는 한심(寒心)함을 금할 수 없다. 좋은 업, 정업(正業)을 쌓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업장(業障)이다. 국회의 업장이 높고, 이들에게 정사(政事)의 상당 부분을 맡겨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업장도 참 높기만 하다.



유광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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