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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복지,‘공유지의 비극’되나

중앙일보 2011.01.06 19:42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세상이 온통 복지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연말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복지정책을 공개했다. 평생 생활복지를 표방했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다만 재원 조달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몰린 공청회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조례를 재의결한 시 의회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시는 조례를 공포하지 않고 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저께 반(反)복지포퓰리즘을 선언하며 “한나라당의 보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흔히 복지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잣대로 쓰인다. 보수 쪽은 복지도 좋지만 누울 자리 보며 발을 뻗자는 입장이다. 재정을 고려하고 국가경쟁력도 보듬어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진보는 더 많은 복지가 저소득층에 기회의 문을 넓히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른바 복지가 성장을 추동하는 ‘양(陽)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런 잣대가 우리 정치권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초노령연금이다.



 2008년 시행된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인 385만 명이 대상이다. 소득 상위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편적 복지’에 속한다.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 도입했지만 수백만 명에게 쪼개 나눠주다 보니 정말 어렵고 힘든 노인을 돕기엔 한계가 많다. 지난해 연금 지급액은 월 8만9000원이었다. 그래서 ‘용돈연금’ ‘쥐꼬리연금’으로 불린다. 기초노령연금은 전액 국고에서 부담한다. 대상이 너무 많다 보니 재정에 부담이 크다. 지난해 3조7000억원이 들어갔다. 기초생활보장과 건강보험에 이어 제도 도입 3년 만에 복지분야 지출 3위에 올랐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2020년에는 10조6000억원이 ‘노인 용돈’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잘못 설계된 복지제도로 본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제도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쉽지가 않다.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385만 명의 노인과 그 가족은 성큼 다가온 ‘복지의 단맛’을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치권은 그들이 다 표로 보일 것이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용돈연금’은 2006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제안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열린우리당)은 재정 소요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4년 뒤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지급대상을 노인의 70%에서 8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념과 가치관에 관계없이 여야가 뒤바뀌면 복지관도 달라졌다.



 이쯤 되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밝힌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 괜한 걱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나라곳간을 주인이 없는 공유지 취급해 서로 소를 끌고 나와 계획 없이 풀을 뜯기면 초지가 황폐화된다”고 우려했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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