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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유무역의 부메랑 경계해야

중앙일보 2011.01.06 00:56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과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을 다녀왔다. 자동차는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큰 쟁점이었는데, 한·미 FTA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산업 지도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은 울산 등 국내 공장에 비해 인건비는 저렴하고(약 3만5000달러) 생산성은 훨씬 높은 데서 충격을 받았다.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근로자들의 작업 몰입도와 태도, 한국에서는 듣기조차 어려운 주 정부와 시 당국,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조는 감동이었다. 주 정부는 현대·기아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각각 여의도의 3배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무상에 가까울 정도로 제공하고, 공장으로 가는 도로는 물론 철도도 깔아주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미국의 토착 차종이 아닌 현대차를 시의 업무용 차량으로까지 선택하는 열의도 있었다. 주민들은 배타적인 것은 고사하고 가난했던 도시가 현대·기아차 덕분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



 현대차가 본격적인 생산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앨라배마주의 1인당 주민 소득은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최하위권에 있다 40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대차와 협력업체가 직접 채용하는 일자리만 약 9000개가 되었다. 인구가 유입되고 곳곳에서 훼손된 도로 공사와 건물 신축이 이루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일어서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은 미국 자동차산업이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보다 현지 생산 차의 비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과 같은 성공 모델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 쇠락해가는 미국의 제조업은 활력을 되찾고 미국의 큰 걱정거리인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돌파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의 성공을 그냥 반기고만 있을 수 없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70% 정도가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공장은 저비용·고생산성 체제로 바뀌고 한국의 자동차 공장이 고비용·저생산성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의 수출은 큰 벽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무역(FT: Free Trade)은 시장 확대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축복이다. 그러나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생산활동을 하기 불편하다면 오히려 정반대로 갈 수 있다. 지금처럼 기업에 정부는 규제자이고, 기업의 소중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생산 거점은 다른 나라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을 통해 시장 확대의 이점은 키우고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을 피하도록 국내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단순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전략적 자유무역(Strategic FT)을 추구해 양국의 상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앞서 있는 우주항공산업의 생산기지가 한국에 만들어지고 한국이 앞서 있는 조선산업의 기지가 미국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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