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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길 잃은 목자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

중앙일보 2011.01.06 00:49 종합 34면 지면보기
세상을 맑게 해야 할 종교계가 속진(俗塵)보다 혼탁하다. 급기야 지난 2일 국내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에서 부(副)목사가 담임목사를 폭행한 사건까지 터졌다. 길 잃은 양을 이끌어야 할 성직자가 스스로 길을 잃은 꼴이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한국 대형교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3년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는 은퇴하면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지 않는 ‘결단’으로 갈채를 받았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세습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교회들의 세습은 거듭됐고, 갈채를 받았던 소망교회에서도 이상징후가 드러났다. 곽 목사의 후임 담임목사와 장로들 간 알력이 끊이지 않았다. 곽 목사의 그림자가 떠나지 않았다.



 문제의 출발은 소망교회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에 7만 명의 신도, 대통령과 장·차관을 여럿 배출한 권력까지. 그 많은 부와 권력을 둘러싼 알력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기독교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종교다. 세계 유례가 없는 규모로 급성장한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망교회와 관련해서도 가장 많은 권세를 누려온 곽 목사부터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소유욕에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소유의 종교’ 불교도 마찬가지다. 조계종은 최근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금지’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물론 템플스테이는 갈등의 편린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교계에 서운한 일이 한 둘이 아니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포용과 관용의 종교인 불교가 ‘사찰 출입금지’란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맞지 않다. 교회가 목사 개인의 것이 아니듯, 사찰 역시 스님의 소유가 아니다. 불교는 구분하고 적대하는 이분법을 경계하는 철학이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빛을 발해야 하는 것이 종교다. 우리나라는 정치·경제 못지않게 종교적으로도 성공모델로 꼽힌다. 여러 종교가 비교적 사이 좋게 번성해왔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종교가 시험에 들고 있다. 시험을 이기는 길은 분명하다. 성직자들이 평소 신도들에게 가르쳐온 교리를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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