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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에 밀리는 교권 멍든 교단 … 줄잇는 ‘명퇴’

중앙일보 2011.01.06 00:17 종합 25면 지면보기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 A(58)씨. 30년 가량 교사로 일한 그는 정년이 4년 남았지만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아직 (정년이)많이 남았는데 벌써 떠나려고 하느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2년 전 실업계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그는 최근 들어 자괴감에 빠졌다. 갈수록 말을 듣지 않는 학생,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1월엔 평소 알고 지내던 인근 학교 동료 교사가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교사는 “30년이 넘도록 애정을 갖고 교단에 섰지만 이젠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다”며 “중등 교사들은 교실에 들어가기 겁날 정도”라고 말했다.



 매년 충북지역 교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2월 말 기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99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이 38명, 중등이 61명이다. 중등 교원 중 여교사는 24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올해 명예퇴직 신청자는 지난해 2월 63명(초등 32명, 중등 31명)보다 38명, 2009년 2월 48명(초등 24명, 중등 24명)보다 51명이 증가한 수치다. 명예퇴직 신청은 초등보다 중등에서 두드러졌다. 초등은 최근 3년간 명예퇴직 교원 수가 24명에서 32명, 38명으로 완만한 증가세였지만 중등은 24명, 31명, 61명으로 급증했다. 교단붕괴나 학교폭력 때문에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초등보다 중등에서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년을 7년 가량 앞두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청주지역 중학교 교사 B(53·여)씨는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교사가 지시할 때는 잘 되라고 하는 것인데 학생들이 대드는 모습을 보고 명예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교감으로 승진할 수도 있지만 봉변을 당하기 전에 그만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충북교육청 중등교육과 남기천 장학사는 “신청자 별로 사유를 분석하지 않았지만 교권붕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중·고등학교 여교사를 중심으로 교직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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