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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세계경제 나랏빚 지뢰밭 … 최후 보루 스페인 사수하라

중앙일보 2011.01.06 00:15 경제 7면 지면보기



[뉴스분석] 유럽 부채 위기



4일(현지시간) 스페인을 방문한 리커창(李克强·이극강왼쪽) 중국 부총리가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 부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스페인 국채를 더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드리드 로이터=뉴시스]





올해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나랏빚이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선 올해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특히 빚 갚을 시기가 집중된 올 상반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이 집중적으로 매를 맞는 덕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 온 미국과 일본에도 하나둘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유럽 국가와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 중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9000억 유로(약 13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각각 국채가 5000억 유로, 은행채가 4000억 유로다. 이는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대다. 이 돈의 대부분은 채권시장에서 다시 빌려 갚아야 한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정위기 후보국’으로 거론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올봄에 차환 발행해야 하는 물량만 4000억 유로에 달한다며 “새로운 위기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첫 번째 고비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달 유로존 국가들이 800억 유로의 국채를 시장에 쏟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예년 이맘때의 두 배가량이다. 필요한 만큼 국채를 팔지 못하면 국채 발행 금리는 다시 오르고, 국채 금리가 오를수록 해당 국가의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시장의 시선이 5일(현지시간) 시작되는 포르투갈의 올해 첫 국채 입찰에 쏠려 있는 이유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닉 매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유로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몇몇 국채 입찰이 저조한 실적을 거둔다면 유럽 전체의 분위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아일랜드 등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4일 강연에서 “재정 불량국들 중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나라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스페인·이탈리아 등 덩치 큰 나라들까지 손을 들어버리는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지속되면서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4% 수준에서 현재 5.3%로 급등해 있다. 유럽연합(EU)내 은행들은 스페인에 5000억 유로, 이탈리아에 6200억 유로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흔들릴 경우 복잡하게 연결된 금융망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핵심 국가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이 유럽의 ‘최후 방어선’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당장은 유럽이 관건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나랏빚이 느는 속도도 심상치 않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국가 채무가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00%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부채 비율은 올 연말 204.2%, 내년엔 210.2%로 높아지며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의 나랏빚은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 국가 채무는 14조 달러를 돌파했다. 13조 달러를 넘어선 지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의회가 설정한 법정 부채 한도(14조2940억 달러)도 다시 끌어올려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유럽에 비해 걱정이 덜한 건 기축통화국인 데다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 국채를 사들이는 강력한 중앙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국가 부채가 GDP의 90% 선을 넘으면 본격적으로 경제 성장률에 부담을 주게 된다. 올해 미국의 국가 부채는 GDP의 98%에 달할 전망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몇 년 후 국가 부채 위기가 뒤따라 발생했다”며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가 큰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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