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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경제 국보’ … 그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

중앙일보 2011.01.06 00:11 경제 4면 지면보기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취재할 때가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제1고로 건설의 주역들의 이야기가 그랬다. 1고로는 본지 자문단이 선정한 대한민국 ‘경제 국보’ 1호다. 1973년 6월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최초의 고로다. 여기서 나온 쇳물로 자동차·조선·가전 등 한국의 대표 산업을 일으켰다.



 머리가 희끗한 고로 건설의 주역들은 건설 현장에 불던 모래바람 때문에 밥과 모래를 함께 씹어먹으며 일했다고 했다. 책상에 모포를 깔고 잠을 청한 날도 숱했다. 아내가 숨을 거둔 날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출근해 눈물을 삼킨 이도 있었다. 이들만 그랬으랴. 경제 국보 2호로 선정한 현대차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 개발의 주역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74년 동료 4명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 자동차 디자인을 베껴온 이들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주역들은 공사를 제때 완공하기 위해 겨울철 언 땅에 짚을 깔고 불을 질러가며 작업했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포스코에 입사하고 싶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그립다’는 내용의 댓글 수백 개가 이어졌다. 고로 건설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포스코 직원에게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잊혀 가던 60~70년대 성공 신화를 소개해 줘 고맙다”는 격려 전화도 걸려왔다. 요즘 좀처럼 듣기 어려운 땀냄새 밴 이야기가 독자의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경제 국보를 통해 향수에 잠기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다가올 100년을 준비할 성장 동력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제 국보 시리즈엔 열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야기를 담았다”며 “이를 소개하는 것은 자칫 정체하기 쉬운 한국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혹여 지금 현재 성장 동력을 잃은 기업이 있을지 모르겠다. 좌절에 빠진 기업인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멈추면 안 된다. 모래 씹으며 언 땅에서 분투했던 선배 기업인들의 교훈을 되새기자. 세계사에 유례없이 짧은 시간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이들의 성공 신화를 통해 자부심을 찾자. 설령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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