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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2010 영화 최고의 엔딩 장면

중앙일보 2011.01.06 00:10 경제 23면 지면보기



‘인셉션’의 그 팽이, 아직도 돌고 있을까



영화 ‘인셉션’





2011년이 밝았다. 올해 새롭게 만날 영화들을 앞두고 지난 한 해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들은 아무래도 ‘라스트 신’들이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지만 영화는 ‘끝이 반’인 경우가 더 많은 듯. 지난해 만났던 인상적인 엔딩 신들을 만나본다. 혹시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스포일러 조심!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7 내 깡패 같은 애인



해피엔딩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현실성을 지닌 엔딩.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고, 격렬한 포옹 같은 것이 없어도 말없이 오가는 눈빛만으로 충분히 교감한다. 애써 극적으로 짜내지 않아도 충분히 인상적인 엔딩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끝맺음.



6 이끼



이영지(유선)는 왜 유해국(박해일)을 마을로 불러들인 것일까? ‘이끼’의 마지막은 영화의 시작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천 이장(정재영)의 최후에서 마무리돼도 무방했겠지만 미스터리를 한 겹 더하는 결말 덕에 비로소 풍성해지는 ‘이끼’. 천 이장의 자리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영지의 눈빛이 서늘하다.



5 부당거래



더러운 거래에 손을 담갔던 자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주 검사(류승범)만이 살아남았다. 진실은 은폐되고, 사건은 얼기설기 봉합됐다. 그 어떤 승자도 없는 이 영화의 차가운 결말엔 관객들마저 모두 패자로 만들어버리는 씁쓸함이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린 정말로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4 황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의 결말이 궁금했다. 무지막지하게 이어지는 수컷들의 개싸움. 그 끝은 무엇일까? 의외로 영화를 닫는 자는 한 명의 여성이며, 그녀는 현실과 꿈 사이의 어디엔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전체를 아이러니로 만드는, 뭔가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은 엔딩. 그런데 그 남자들은 왜 그렇게 죽기살기로 유혈낭자하게 싸웠을까?



3 소셜네트워크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남자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 직전까지 영화는 작은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결국 그는 자신이 구축한 페이스북이라는 왕국에서 누군가의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이 영화의 엔딩만큼 ‘관계’라는 화두를 찡하게 다루는 장면은 많지 않을 듯. 의미심장하면서도 절묘하다.



2 시



한 소녀가 죽었다. 자살이다.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이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간다. 기억을 잃어가는 한 할머니를 제외하곤 아무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소녀를 위한 시를 쓴다. ‘아네스의 노래’가 흐르고, 화면 속의 소녀는 우리를 보고 미소짓는다. 영원할 것 같은 여운.



1 인셉션



‘2010년 최고의 엔딩’은 아무래도 ‘인셉션’이 대세인 듯하다. 양파처럼 겹겹이 싸인 이 영화의 복합구조는 마지막에서 도돌이표를 찍고, 관객들은 중복 관람을 해서라도 그 비밀을 알아내리라 다짐한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차라리 ‘얄미운 결말’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엔딩. 탁자 위의 토템은 아직도 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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