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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티타늄·탄소섬유 … 돈 대주고라도 키워라

중앙일보 2011.01.06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최명주
GK파트너스 사장




한국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 기업, 특히 제조업의 펀더멘털이 세계 1등 수준으로 튼튼해진 덕분이다.



 25년 전 영국 유학 시절 싼 흑백 TV를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전시된 것 없이 팸플릿만 보고 주문하는 할인점에서 최저가 TV를 사고 보니 한국 제품이었다. 5년 후 미국 워싱턴에서 일자리를 잡아 인근 백화점 TV 코너를 찾았더니 맨 앞줄은 소니, 그 뒤는 필립스, 그리고 맨 뒷줄에 한국 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삼성과 LG의 TV는 미국 어느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가도 맨 앞줄에 당당히 진열돼 있다.



자동차는 또 어떤가. 최근 미국의 자동차 평가 사이트인 컨슈머가이드가 발표한 2011 최우수 추천차를 보면 현대·기아차 제품이 5개나 포함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 혁명에 다소 뒤처진 감이 있으나, 휴대전화 하드웨어 제조에서만은 확고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선박 건조에서도 전 세계 10대 조선사 중 톱 3 가 모두 한국의 조선사다. 명실공히 글로벌 완제품 시장의 많은 부문에서 한국의 제조기업이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쟁력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함을 떨치기 힘들다. 완제품을 구성하는 소재산업의 낙후성 때문이다. 범용 소재인 철강과 구리 시장에서 글로벌 톱 5 기업을 1개씩 보유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소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힘들다. 소재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그 소재를 사용해 제조하는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란 역부족이다.



우리가 선두권에 있는 TV, 휴대전화, 선박 및 자동차 모두 앞으로 경량화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 포인트다. 경량화 소재의 꽃인 탄소섬유의 선두주자는 일본의 도레이, 미쓰비시 레이온 및 미국의 졸텍 등으로 한국 기업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휴대전화, 노트북,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의 경우 일본의 니치아가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티타늄에서도 일본의 스미토모, 미국의 타이맷, 러시아의 VSMPO 등이 리드하고 한국은 포스코가 이제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더 늦기 전에 범국가적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몇 가지 액션 플랜이 절실하다.



첫째, 기술개발뿐 아니라 상업화를 위한 정부와 민간 공동의 협력체계다. 티타늄이 스테인리스 대비 무게나 강도, 내부식성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원자력 발전의 냉각 복수기 일부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는 이유는 스테인리스 대비 5배나 높은 가격 때문이다. 둘째, 소재 지도(material map)다. 각 소재가 얼마만큼 어느 제품에 투입돼 어떤 채널을 통해 얼마만큼 재활용되는지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



셋째,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벤처와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재원을 대주는 금융시스템이다. 연구개발에 내부 재원을 소진한 뒤 상업화를 위한 설비구매와 마케팅에 필요한 재원을 외부에서 조달코자 할 때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과거 납품실적을 요구한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 아래 금융회사들이 유망 소재기업의 재원조달 프로젝트에 후순위 투자 등으로 부족한 신용을 보강해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파트너 모델이다. 유망 소재에 대한 창의적인 연구개발은 혁신적인 벤처·중소기업이 주도하고, 대규모 상업생산과 후속 연구개발은 관련 대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소재시장의 생태계를 조성하면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최명주 GK파트너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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