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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선정은 집단지성이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결정"

중앙일보 2011.01.02 20:22
최근 종합편성(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대 이병기 교수(전기공학부·사진)는 2일 "(종편 선정 결과는)집단지성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이자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종편·보도 PP 심사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소회문을 통해 "심사위를 달리 구성했더라도 이번 심사위원회가 한 것 이상으로 잘할 수 없었으리라 자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31일 신규 종편 사업자로 중앙·조선·동아일보와 매일경제를, 보도채널 사업자로 연합뉴스를 선정했다. 종편의 경우 중앙미디어그룹이 주도하는 jTBC가 850.79점(1000점 만점)을 얻어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7박8일동안 밤 10시에, 아침 7시에 회의를 열기도 하면서 방대한 사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선정 결과는 심사위원 13명 각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한 점수를 집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부분에 대해선 "이번 심사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사를 정치의 눈으로 보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기술"이라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다음은 이교수의 소회문('종편·보도 PP 심사를 마치며') 전문.



이번 종편·보도 PP 심사는 신문, 방송, 정치계의 첨예한 의견과 이해관계 대립의 초점이 되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떠한 결론이 나와도 어느 편에선가는 강하게 반발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누구나 기피하게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계,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될,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심사위원장 제의에 처음에는 나도 반사적으로 거절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일들이 많아, 연말의 8일 기간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거절한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방통위 상임위원직을 2년 만에 사퇴하는 바람에 그 공백으로 방통위와 최시중 위원장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내재해 있었고, 어려운 일을 기피한다는 데 대한 수치감도 있었다. 그래서 재차 제의가 왔을 때에는 결국 수락하고 무거운 업무를 떠맡게 되었다. 심사장인 코바코 남한강연수원행 버스를 탑승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공평무사하고 엄정한 심사가 되도록 관리할 수 있을까 많은 고심을 했다. 다행히 심사위원 13명은 모두 건전한 양식과 바른 판단력을 갖춘 지성인들이었고, 또 이번 사업자 선정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며 사명감을 갖고 심사에 임해주었다. 따라서 위원장으로서 역점을 둘 일은 심사위원들이 신청사업계획서 정보를 충실히 파악하고 엄정하게 심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 것이었다. 심사위원회는 그렇게 조성된 환경 속에서 7박8일을 열심히 일했다. 아침 7시 기상으로 일과를 시작하여 밤 10시에 일과를 마쳤다. 실제적으로는 그 이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밤 10시에, 또 아침 7시에 회의를 열기도 했다. 방대한 사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의문사항들을 모아 이틀간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미심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재확인하고 의견청취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 시간이 부족해져 심사일정을 하루 연장해 8박9일로 심사를 매듭짓게 되었다. 심사위원 13명 각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하고 이를 평균 집계한 결과, 종편PP 4개 사업자, 보도PP 1개 사업자가 합격점 800점을 넘어 승인 대상이 되었다. 이 결과를 두고 어떤 쪽에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집단 지성'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결정,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회를 달리 구성했더라도 이번 우리 심사위원회가 한 것 이상으로 잘할 수 없었으리라고 자부한다. 이 심사 결과가 우리나라 방송계에 어떻게 작용해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는, 이제 사업자들의 몫이다. 심사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후, 지친 몸으로 서울로 돌아오면서, 심사위원들은 방송통신위원장의 심사결과 발표 중계방송을 보았다. 모두들 새롭게 변화해 갈 방송의 장래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8박9일을 헌신했음에 뿌듯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한편, 합숙심사 기간 동안에 박근혜 의원의 '국가미래연구원' 참여와 관련해 심사 공정성 논란이 있었던 것은 나로서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12월 초, 박의원 측으로부터 연구소를 하려고 하는데 과학기술, 방송통신 쪽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수락했었다. 그러나 당시, 연구소 이름과 발족일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고 심사위원장직을 수락할 때까지도 행사에 관해 알지 못했다. 그것은 이번 심사와는 전연 별개의 문제였다. 또한 심사위원장은 직접 채점에 관여하지 않고 심사위원회의 운영을 지휘했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방송통신은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산업이 있고, 문화가 있고, 국가 경쟁력이 있고, 미래가 있다. 또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방식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국가선진화 방향이다. 나는, 학자로서, 국가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적극 돕겠다는 생각이다. 전에 민주당이 방송통신 상임위원으로 추천했을 때도, 정치에 무관하게, 우리나라 방송통신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이번 종편 및 보도 PP 심사위원장 일도 우리나라 장래 방송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엄정한 심사 평가를 이끌었다. 매사를 정치의 눈으로 보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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