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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카라·2PM ...한류가 두려운 일본 가요계

중앙선데이 2011.01.02 04:19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열도를 흔드는 K-pop 바람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일본 내 K-pop 열풍에 대한 기획사들과 매스컴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닐까. 지난 연말 일본 TV에서 방송된 가요 시상식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30일 TBS에서 생중계한 ‘제52회 일본 레코드 대상’의 최우수 신인상은 한국 걸 그룹 ‘소녀시대’가 아닌, 일본 걸 그룹 ‘스마이레이지(사진)’에게 돌아갔다. 음반 판매(소녀시대 오리콘 최고 순위 1위, 스마이레이지 5위)나 인지도 면에서 봤을 때, 공정성 의혹이 불거질 만한 결과였다. 사실 논란은 최우수 신인상의 후보가 되는 신인상 네 팀을 선정할 때부터 존재했는데, 2010년 오리콘 신인 부문 음반·DVD 판매 순위에서 13억 엔(약 18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 ‘카라’가 신인상에서 제외된 것. 일부 주간지에 따르면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 그룹이 대거 논의 선상에 오르자,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이러다가는 일본 레코드 대상이 아닌 한국 레코드 대상이 돼 버린다”는 우려가 높았다 한다.



12월 31일 방송된 NHK의 송년 프로그램 ‘홍백 가합전’에서도 한국 가수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11월 중순 ‘홍백 가합전’의 출연 가수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일본 스포츠 신문들은 “빅뱅, 소녀시대, 카라의 출연이 확실하다”는 보도를 내놨지만, 결과는 달랐다. “2010년 문화계의 가장 큰 화제였던 한국 그룹이 빠지다니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NHK 측은 뒤늦게 “K-pop 가수들이 아직 ‘홍백 가합전’에 초청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가수들에 대한 일본 음악계의 이러한 견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국의 음악시장을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에게 내주고 싶은 나라는 없을 테니.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지난해 일본 음악계와 매스컴들의 지나친 ‘K-pop 띄우기’가 예상 밖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미디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일본의 한국 아이돌 붐은 일본 음반업계의 철저한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침체일로인 음반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던 일본 음반업계가 ‘K-pop’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냈고, 이를 위해 매스컴을 동원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음반사들의 전략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지켜보던 기획사들이 차츰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붐으로 그칠 것 같던 ‘K-pop’이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자 “우리 시장을 한국 가수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고, 매스컴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견제의 움직임 속에서도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 월간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히트상품 예감’이라는 기획에서 ‘K-pop 열풍 제2탄’이라는 제목을 달아 올해도 한국 가수들의 약진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일단 ‘2PM’과 ‘비스트’가 지난 연말 일본 시장에 ‘야수 아이돌(猛獸アイドル)’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각인시키며 데뷔했고, 아직 공식 데뷔 전인 ‘샤이니’도 첫 일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걸 그룹 ‘2NE1’도 2011년 일본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아, 그러고 보니, ‘트로트 왕자’ 박현빈도 올해 봄 일본시장에 ‘샤방샤방’을 일본어로 개사한 데뷔 곡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그렇다니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그 ‘차진’ 가사는 과연 일본어로 어떻게 번역될 수 있으려나.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이영희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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