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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등장인물 남녀 비율은 63대 37

중앙일보 2010.12.28 00:20 종합 22면 지면보기
“하루빨리 이 며느리를 돌려보내야지 방귀 한 번 더 뀌었다가는 집터만 남게 생겼거든. (중략) 떡 조금 해 가지고 손에 들려서 시아버지 앞장세워 친정으로 보냈어.”


초·중 2007년 개정판 110권
여성부서 성차별 내용 분석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 교과서 12쪽에 나오는 옛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의 일부다. 방귀를 심하게 뀌는 며느리가 결혼 후 방귀 때문에 친정으로 쫓겨난다는 이야기다. 여자가 방귀를 세게 뀌는 것이 부끄러운 일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쓰기 90~91쪽 ‘방귀쟁이’ 얘기는 시각이 다르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방귀쟁이 두 사람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방귀가 더 세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두 남성이 서로 뽐내며 방귀 시합을 벌이고 있는데, 남자의 방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7일 발표한 교과서 성차별 실태조사 자료의 일부다. 남성 위주의 내용이 교과서 곳곳에 기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는 2007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된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교과서 110권을 분석했다.



 교과서 등장인물 중 남성이 63%로 여성(37%)에 비해 훨씬 높다. 특히 중학교 국어·도덕 교과서의 역사적 인물의 90%가 남성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도덕과 생활의 길잡이에는 이황·손기정·황영조·간디·토머스 제퍼슨 등 27명이 남자였고, 여자는 안네와 잔 다르크 2명뿐이었다. 4학년 도덕교과서는 광개토대왕·링컨 등 20명의 남자가 나오는 반면 여자는 유관순뿐이었다.



 등장인물의 배경에서도 직장·일터를 배경으로 기술한 문장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7배에 달했다. 가사 활동을 표현한 문장에는 여성이 남성의 4배, 가사 활동 사진·삽화에서 여성이 남성의 5배에 달했다. 성폭력 예방을 다룬 K·C출판사의 기술·가정 교과서는 무엇이 성폭력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여성들이 겪는 후유증만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C출판사 교과서의 삽화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혼자 다니지 않아야 하고 성폭력이 발생할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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