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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SW 저작권 보호에 ‘까치밥’ 지혜를

중앙일보 2010.12.28 00:17 경제 4면 지면보기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부회장




한국 소프트웨어(SW) 시장의 201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스마트폰 혁명을 첫손에 꼽는 데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유료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의 대중화는 지쳐 가던 SW 개발자들의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SW 쪽엔 무관심했던 대기업도 이에 블랙홀처럼 빨려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혁명이 가져온 SW 가치의 재발견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휴대전화·액정TV 분야의 강자이자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갖춰 정보기술(IT) 강국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우리 IT 경쟁력은 내리막길을 걸어, 영국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계 16위까지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근본 원인을 짚어보니 하드웨어(HW)는 꽤 선전하는데 SW가 워낙 처진 탓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SW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점이다. SW 불법복제율은 2년 연속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올 초 발표한 한국의 불법 복제율은 41%로 세계 평균 43%보다 낮았다. 한국이 저작권 침해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SW 강국, 저작권 보호국으로 거듭날 계기를 일단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때마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타결돼 지적 서비스 분야도 세계적 수준의 품질 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미 FTA 이행 입법과정에 SW 분야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이야기다. 영화·음반·출판물과 SW의 저작권은 성격이 다르다. 개인 취향에 많이 좌우되는 소비재로, 불법 복제물이 퍼져버리면 추가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를 되돌리기 힘들다. 따라서 불법 행위를 신속히 차단하고 처벌해야 한다. 이에 비해 SW는 기업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생산재 성격이 커 필요한 것이라면 지속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SW 생산자는 저작권 침해자를 범죄자로 처벌되도록 하는 극단적인 방법보다 계도를 통해 정상적인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로 돌리길 선호한다.



한·미 FTA 저작권 이행 입법 단계에서 SW 저작권 침해자들을 강도 높게 처벌할 경우 오히려 업계가 손해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연유다. 중용은 SW 저작권자의 고소로 처벌토록 하는 현행 친고죄 체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고소 없이도 당국이 직권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영화·음반·출판과 다른 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FTA의 취지를 살리고 저작권도 보호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일본의 SW 불법 복제율도 1990년대 중반까지 60%대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SW 저작권 보호 장치도 친고죄다. 2007년 친고죄 적용을 배제할 것을 검토했지만 SW 불법 복제율을 낮추는 데는 역시 친고죄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수를 끝낸 시골에 가면 일부러 따지 않은 과일을 볼 수 있다. ‘까치밥’이라 불린다.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겨울철에 까치 같은 조류에게 소중한 먹이가 된다. 개체 수가 급증해 유해 조류로 지정되곤 하지만 길조로 불리기도 하는 까치를 아예 박멸하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성가시더라도 폐해를 적당한 수준으로 줄이는 선에서 공존하자는 동양적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SW 저작권 보호를 통해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는 일도 까치밥을 남겨 놓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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