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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남의 자식도 2년 넘게 같이 살면 내 자식?

중앙일보 2010.12.28 00:16 경제 4면 지면보기



현실 무시한 법 규정 적용으로
‘사내 하도급 판결’ 기업에 큰 부담
외국 입법사례, 법원 판단 참고
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손질해야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다들 올해 일을 마무리하는 데 바쁘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올해 벌어진 갈등을 고스란히 안고 새해로 넘어가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7월 22일의 사내 하도급 관련 대법원 판결 및 이로 인한 갈등이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낸 부당해고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은 도급근로자 중 일부가 사실상 원청회사의 직접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원청회사에 고용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직후 필자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가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과 산업계에 일으킬 갈등의 파장에 대해 칼럼 등을 통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불행하게도 이후의 상황은 염려한 대로 전개됐다. 금속노조는 전체 하도급 근로자의 무조건적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집단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교섭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급기야 현대차의 생산시설을 25일간이나 불법 점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의 생산손실을 입은 것은 물론 국제신인도까지 훼손됐다. 외부세력까지 개입된 현장에서는 시너와 쇠창 등 폭력용 무기가 발견되는가 하면, 중재에 나선 정규직 노조위원장이 점거세력에 폭행당하는 등 노노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불법점거는 풀린 상태이나 금속노조는 실태조사 후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투쟁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내년에는 산업계 전체로 갈등이 확대될 소지가 많다.



 이처럼 엄청난 사회적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대법원 판결은 여러 면에서 사법부의 명성에 흠결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통상 적용되는 사법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심인 고등법원 단계에서 이미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한 사실관계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전혀 반대의 사실관계를 새로 인정한 것은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2006년 있었던 동일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법원 판례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원합의체 심리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러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현실을 모른 채 글로벌 스탠더드와 배치되는 법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자칫 산업공동화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산수요의 변동에 대응해 정규직 근무시간 조정, 하도급 및 파견인력 조정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규직 근무조정도 안 되고, 파견은 제조현장에서는 아예 사용할 수조차 없게 돼 있다.



 남은 것은 하도급을 이용해 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이조차 파견과 유사하게 보인다 하여 근로자 파견으로 판정하고 파견법의 직접고용 간주 조항을 적용해 원청업체에 고용책임을 안기고 있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우리나라 파견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규제법이어서 파견을 허용하는 법이 아니라 가능하면 파견을 없애려는 법이나 다름없다. 특히 2년 초과사용 시 직접 고용하라는 규정은 남의 자식도 2년 이상 같이 살았으면 네 자식으로 하라는 말이나 같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악법이며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가뜩이나 힘든 제조현장에 이런 법을 적용하고 있으니 기업들이 배겨날 수 있겠는가.



 잘못된 법을 빨리 고치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책임이지만 사법부 또한 사내하도급처럼 사회경제적 영향이 지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옥석을 세밀하게 가리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독일이나 일본 등의 입법사례와 법원의 판단도 참고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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