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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수주 실패 … 금융 탓만 하지 말라

중앙일보 2010.12.28 00:04 종합 34면 지면보기
어제는 원자력의 날이었다. 1년 전 400억 달러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한 기념으로 제정된 날이다. 당시 정부는 세계 원전 플랜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또 하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리비아 2단계 대수로 공사액의 무려 여섯 배나 되는 수주액이었다. 게다가 2004년부터 해외 원전을 수주하려고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실패했던 시장이기도 했다. 그 참담한 기억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게 UAE의 쾌거였다. 그래서 정부는 올 초 매년 2기씩 수출해 원전을 새로운 주력수출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불행히도 1년이 된 지금, 낭보는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있다.


UAE 개가 이후 요르단·터키 거듭 실패
금융파이낸싱 취약성을 보완하고
민관 총력전 펴는 시스템 만들어야

 다된 줄 알았던 요르단 원전은 지난 5월 프랑스와 일본의 연합군에 빼앗겼다. 6월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던 터키 원전도 최근 일본으로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는 아직도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 발 물러서 왜 거듭 실패하는지를 분석해야 할 때다. 실패의 원인을 찾고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요르단과 터키에서 실패한 건 돈 문제 탓이라는 정부 분석은 일리 있다. 터키 원전은 우리와 터키 측이 공동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건설한 뒤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빚을 갚는 방식이다. 건설비의 70%에 해당하는 14조원을 우리가 싸게 조달할 수 있다면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그렇다면 건설비를 얼마나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느냐는 금융 조달능력이 수주의 관건이 된다. 하지만 이 점에서 우리는 일본이나 프랑스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세계에 내세울 만한 금융기관도 없고, 그런 경험도 미약하다.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외환보유액 등 나라가 가동할 수 있는 자금력도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새 일본이 터키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건 이 때문이 크다. 문제는 이게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신흥개발도상국이다. 이 나라들은 원전을 건설할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돈까지 대줘가며 건설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금융의 취약성을 어떻게 보완할지를 놓고 지혜를 모아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현행 원전 수주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모두가 나서야 하듯, 금융이 부족하면 시스템이라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민과 관은 물론 제조업체와 금융회사도 힘을 합쳐 총력전을 펼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한전 혼자서 수주를 전담하는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원전 수주는 한전의 여러 주요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전의 총력을 모으기가 여의치 않은 구조다. 맨주먹으로 중동의 열사(熱沙)에 건설 금자탑을 쌓아 올렸던 민간의 기업가 정신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동시에 원전 수주만 전담하는 별도의 반관반민(半官半民)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하길 당부한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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