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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遊戱

중앙일보 2010.12.23 00:16 종합 37면 지면보기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유희(遊戲)의 인간을 뜻한다. 놀이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는다는 논리다.



 게임을 중국에서는 유희라고 한다. 유희의 유(遊)는 깃발 나부낄 언과 사람 자(子)가 합쳐져 조상의 영령이 깃든 씨족의 기(旗)를 한 사람이 들고 나간다는 글자 유(遊)에 길을 간다는 착(辶)이 더해져 놀다의 의미가 됐다. 즉 기에 깃든 신의 영혼이 노닐듯이 자유로이 행동한다는 의미다. 두 사람이 깃대를 들면 여(旅)다. 여행 여(旅)는 깃대와 사람(人) 두 명을 뜻하는 종(从)이 합쳐진 한자다. 씨족 깃발을 들고 전쟁에 나선다는 뜻으로 군대의 여단(旅團)이 여기서 나왔다.



 희(戲)는 호랑이 무늬 호(虍)와 받침 높은 그릇 두(豆), 창 과(戈)가 합쳐진 글자다. 받침이 높은 제사용 그릇 모양의 의자에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 쓰고 앉아 있는 사람을 뒤에서 창으로 공격하는 모습이다. 이는 고대에 전쟁을 앞두고 신 앞에서 호랑이로 분장한 흉포한 적을 창으로 무찌르는 승전을 기원하는 의례행위다. 그 모습이 마치 희롱하고 놀리는 듯해 놀 희(戲)가 됐다.



 유희는 즐겁게 놀며 장난함을 말한다. 부처의 경지에 이른 듯 노닐며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을 유희삼매(遊戱三昧), 세상을 우습게 여기며 인생을 한갓 유희로 여기는 태도는 유희인간(遊戱人間)이다.



 한국에서는 게임을 오락(娛樂)으로 부른다. 오(娛)는 제사에 쓰는 그릇(口)을 놓고 머리를 기울여 춤추는(夨) 여자(女)를 상형했다. 즉 무녀가 춤을 추며 신을 즐겁게 해드리는 모습에서 즐겁다는 뜻이 됐다. 즐거울 락(樂)도 무녀와 관련이 있다. 목(木)은 나무로 만든 자루, 백(白)은 방울(鈴), 양 옆의 요(幺)는 헝겊 장식이다. 무당이 흔드는 종으로 신을 불러내 즐겁게 해드린다는 뜻이다. 신의 힘을 빌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약(藥)이다.



 요즘은 온갖 전자 게임이 놀이를 평정한 듯하다. 최근 게임에 빠진 젊은이가 무고한 행인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전자 게임의 옥석 가리기가 시급하다. 악성 게임은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런 뒤 체스와 바둑·장기가 아시안 게임에 포함됐듯이 건전한 게임은 지력(智力) 스포츠로 육성해 보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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