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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에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이동건 회장

중앙선데이 2010.12.19 02:59 197호 2면 지면보기
연말이 스산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북한과의 긴장고조 때문만은 아니다. 연말이면 어렵더라도 이웃을 생각하는 정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 사라진 느낌이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은 257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8% 수준이다. 공동모금회의 12~1월의 목표인 2242억원의 11.5%밖에 안 된다. 이대로라면 모금회가 설립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성금목표를 못 채울 수도 있다.
공동모금회 일부 직원이 성금을 노는 데 써버린 것에 분노한 국민이 기부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공동모금회뿐 아니라 구세군이나 각종 시설의 후원도 줄고 있다고 한다.

기부금을 바탕으로 1년 살림살이를 짜는 기관들은 당장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공동모금회에서 지원을 받는 시설과 기관은 2만5000개, 수혜자는 400만 명이다. 이들에게 공동모금회의 지원은 크리스마스나 새해 선물이 아니다. 난방비이고 식비다. 지원금이 없으면 추위에 떨고 배를 주려야 한다. 치료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난치병 어린이(2009년 1500명·72억원 지원), 독거노인(3463명·44억원 지원), 장애인(861명·26억원 지원)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공동모금회는 15일 이동건(72·사진) 전 국제로타리 회장을 제7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포함한 12명의 이사진도 새로 구성했다. 이 회장과 이사진은 당장 올해의 목표를 채우고, 주저앉은 기부문화를 함께 일으켜세워야 한다.

신임 이 회장은 절박한 어조로 올해 성금 목표 달성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모금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 같은데요.
“수혜자가 못 받으면 낭패를 봅니다. 그들이 실망하고 사회나 사람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 있죠. 그러면 사회가 갈라지는 또 다른 요인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업 성금이 저조하다고 들었습니다.
“예. 돈만 모을 수 있다면 어떤 수모라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가가호호 방문해 무릎이라고 꿇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어 모금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회장은 청렴성, 투명성, 신용회복은 단번에 안 된다면서 지출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제로타리 회장을 2년간 지냈다. 그때 자신이 밥 먹는 것을 포함한 모든 지출 내용이 인터넷에 올랐다고 한다. 영수증과 함께 10원 한 장 쓰는 곳까지 공개할 각오라면 안 될 것도 없다.

모금기관의 잘못은 엄하게 혼내더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 내기를 그쳐서는 안 된다. 부모가 밉다고 그 자식이 굶어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회장은 1971년 로타리클럽 회원이 된 이래 평생을 국제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를 한번 믿고 성금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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