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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클린턴처럼 활동하려면 ‘이명박 스쿨’ 만들라

중앙선데이 2010.12.19 02:47 197호 3면 지면보기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직원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19일은 이 대통령의 17대 대선 승리 3주년이자 69번째 생일과 결혼 40주년이 겹친 날이다. [연합뉴스]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자신의 생일과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까지 한 날에 겹친 ‘트리플 기념일’이다. 특히 올해는 이 대통령이 칠순(七旬)인 데다 결혼 40주년을 맞아 의미가 크다.

MB 대선 승리 3주년, 함성득 교수가 제안하는 ‘성공한 대통령 전략’

그러나 요란한 기념식이나 생일잔치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19일 가족과 함께 조용히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낮엔 청와대 직원들로부터 깜짝 생일파티를 선물받았다. 김 여사와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꽃다발·축하카드를 전달받은 조촐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국격이 높아진 대한민국에서 무역 1조달러, 경제 성장을 이루는 가운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있다. 이렇게 챙겨 주니 고맙다”고 답사했다. 또 “내가 (여러분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데 기본적으로 사랑을 깔고 야단치는 거다. 좋은 얘기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 이해하고 열심히 일하자”고 격려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국회 폭력사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높은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조사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43.6%였다. 지난달 19일 조사에서 46.6%였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하락했다 다시 반등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집권 3년차이던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 조사)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32.4%(1995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26.9%(2001년 4월)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3주년이던 2005년 12월 22.6%의 지지율을 보였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은 일하는 해이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국정 후반기 정책 좌표로 정한 친서민·공정사회 기조를 임기 마지막까지 잘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연평도·예산안 파동에도 지지율 44%
사실 이 대통령의 집권 전반부는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취임 첫해는 광우병 파동의 촛불 국면으로, 2년차이던 지난해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맘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가 친서민·공정사회 기조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는 건 고작 1년여 남짓이다. 이 때문에 이 기조를 유지·확대·발전시켜 나가면 임기 말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된 높은 지지율을 보일 것이란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친서민 정책이나 성공적으로 치러 낸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후속 작업들을 잘 추진해 나가면 임기 후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기 말 권력형 비리나 각종 게이트 등으로 곤혹을 겪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은 박수 받으며 퇴임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집권 2년차부터 스쿨 준비
과연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행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퇴임 후 자신들이 감옥에 가거나 아들·측근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되풀이됐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다. 이는 대통령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을 부정함으로써 새 정권의 기틀을 다지려는 정치 풍토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청산으로 새 리더십을 세우려는 자기 부정의 딜레마가 계속되는 한 상극의 정치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품격이 높아지길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그 대안으로 대통령 스쿨의 설립을 주장한다.
그는 지난달 열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개관 7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도 대학과 연계해 대통령도서관·기념관·스쿨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했다.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로서 국정 운영에 관한 최고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게 된다. 따라서 퇴임 후 대통령의 이념과 정책을 연구·계승해 미래의 공공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모델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들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현직 때 못지않게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과시하며 빛나는 전직 대통령의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가 “대통령을 거치지 말고 바로 전직 대통령이 됐으면 좋았을 사람”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을 이끌어 내는 등 분쟁 해결에 앞장섰다. 또 한반도와의 인연도 각별해 94년 개인 자격으로 방북,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남북 관계의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02년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퇴임 후 환경운동과 국제구호 지원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올 초엔 직접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쿨 통해 진보·보수 각각 계승 발전해야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함 교수를 만나 구체적 전략을 들어봤다. 고려대 연구실에서 기자를 맞은 그는 먼저 아칸소대의 클린턴 공공정책대학원, 텍사스대(오스틴)의 린든 B 존슨 정책대학원, 텍사스A&M대의 부시 공공서비스관리대학원 등 미국의 대통령 스쿨에 관한 방대한 연구자료와 관련 사진, 자신이 직접 방문해 얻은 기록 등을 보여 줬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린든 B 존슨,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등이 모두 재임 중일 때 퇴임 후 활동 터전으로 이용할 ‘대통령 스쿨’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물러난 뒤 하면 늦는다. 재임 중에 퇴임 준비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 스쿨을 모델로 제시했는데.
“텍사스대(오스틴)엔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도서관과 기념관·대학원이 함께 있다. 도서관엔 상원의원부터 부통령·대통령까지 존슨 대통령의 오랜 정치 활동의 모든 자료가 있다. 당시 10년 동안의 미국 역사를 알려면 오스틴에 반드시 가야 할 정도다. 대통령이 먹던 식단까지 생생한 기록이 살아 있다. 이렇게 자료를 보존·관리하면서 학문적 연구가 가능하고, 대학원에서는 이를 통해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모여 대통령의 철학이 계승되고 자연스럽게 기념사업이 되는 거다.”

-연세대와 연계한 김대중도서관과 다른 점은 뭔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중에 준비를 시작했지만 과정에 혼선이 생겨 실제 규모는 많이 축소됐다. 도서관만 세워져 기록 관리와 자료 수집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체계적인 연구는 미흡한 편이다. 앞으로라도 확대해 ‘김대중 스쿨’을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뭘,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일(국정)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퇴임 준비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내년에 선거가 없지 않나. ‘퇴임준비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이 대통령을 좋아하고 재원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을 참여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스쿨’을 어느 대학과 연계해 세울지 정한 다음 학문 분야와 프로그램을 정하고 돈을 모금하는 거다.”

-재임 중에 모금하는 건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명박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돈은 대학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오해받을 일은 없다. 어느 대학에 이명박 스쿨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할 때, 그게 성공하려면 얼마나 좋은 교수를 모셔 오나, 얼마나 좋은 학생이 모이나 두 가지다. 이를 위해 재단은 되도록 많은 장학금을 모으고 투자해야 한다. 만들어 놓은 학교가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박정희기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 자금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박 전 대통령에게) 신세 진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펀딩이 안 된다.”

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1994년 ‘클린턴 스쿨’ 설립 준비를 시작했다. 95년엔 대학 세 곳에서 유치 제안서를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고향이면서 그가 교수를 지냈던 아칸소, 학부를 나온 조지타운, 법학박사(JD)를 받은 예일대다. 심사를 거쳐 선택된 아칸소대는 바로 교내 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고려대 출신인 이 대통령의 경우 고려대에 이명박 스쿨이 생기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경영대에 5억원을 기부해 ‘이명박 라운지’를 만들었다. 대통령을 처음 배출한 고려대와 이 대통령이 매칭펀드를 만들어 ‘대통령 스쿨’을 세운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년 초께 ‘준비위’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한다. 학교는 학문 분야를 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경제냐, 경영이냐, 외교냐,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학교가 될지 결정해 관련 학과를 조정해야 한다. 물론 학문 분야를 정하는 데엔 당사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이 모든 게 이 대통령 임기 중에 마무리돼야 한다.”

-‘대통령 스쿨’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뭔가.
“상아탑과 현실의 괴리라는 문제를 풀고 실용학문을 할 수 있다. ‘대통령 스쿨’과 연계된 도서관과 기념관이 소장한 국정 운영 기록을 연구해 정책의 성공·실패요인을 분석하면 국정 운영의 효율성도 커질 거다. 여기엔 국정 운영에 참여한 관료가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또 공공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가 가능해지니까 학생들의 인턴십 기회도 커지고 인재 양성이 될 거다. 미국의 경우 장관 출신, 언론인 출신 등이 특임교수·석좌교수가 돼서 수업을 한다.”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질 거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세련된 진보가 나오고, 좀 더 깨끗한 보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진보·보수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계승 발전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 정권을 잡은 민주당 사람들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엔 공직에 나가지 않고 케네디 스쿨이나 존슨 스쿨에 있었다. 클린턴 시절을 회고하고 정책을 발전시키면서 한 단계 나아가는 진전을 이루는 거다.”

함 교수는 전파진흥원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미국의 ‘대통령 스쿨’을 취재한 TV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순기능을 벤치마킹해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시비와 논란만 있는 정치문화를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다.

그는 “우리가 조선의 역사를 왕의 즉위에 따라 나눠 보듯이 더 많은 대통령이 나오면 대통령의 시대로 역사를 끊어 보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5년이지만 퇴임 이후의 인생은 죽을 때까지다. 대통령 당선만큼 퇴임 준비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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