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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음제, 파멸의 시작

중앙선데이 2010.12.19 02:19 197호 18면 지면보기
“뿅 가게 만드는 거 뭐 없어? 뻔해서 말이지.”
연말 모임에서 필자가 종종 듣는 질문이다. 성생활을 획기적으로 즐겁게 해줄 약이 없느냐는 거다. 최근 연예인의 마약사건이 또 도마에 올랐고, 심지어 일반인들도 새롭고 강렬한 느낌을 원한다며 최음제까지 관심을 두니 걱정이 앞선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최음제라고 알려져 있는 스패니시 플라이(spanish fly), 요힘빈, 향정신성 마약류 등은 모두 쓰고 싶으면 인공적인 쾌락에 따른 ‘파멸’을 각오해야 한다. 더군다나 상술 탓에 출처도 알 수 없는 성분의 약물이 함부로 나돌고, 청소년까지 호기심을 보인다니 끔찍할 뿐이다.

스패니시 플라이는 원래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칸타리딘(cantharidin)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 칸타리딘은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요도를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러한 요도 작열감이 성적 흥분과 유사하게 느껴져서 고대에는 최음제로 여겨졌지만, 유령 효과일 뿐 실제 성기능에 기여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문제는 칸타리딘의 독성이 매우 강해서 배뇨 시 통증, 발열, 혈뇨, 신장의 영구 손상과 사망까지 이르게 만든다. 과거 유럽에서 낙태 유발제나 살인을 위한 독약으로 스패니시 플라이가 쓰였던 것도 이런 독성 때문이다. 그런 위험 물질을 두고, 미국 식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거짓 정보와 광고가 인터넷에 떠도니 참으로 터무니없다. 일반 유통되는 것은 칸타리딘 성분은 없으며 몇몇 강장식품 등을 섞어 놓고 스패니시 플라이처럼 강렬함을 줄 것이란 암시를 상품명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칸타리딘이 들어 있는 진짜 스패니시 플라이는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미국에서도 불법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던 요힘빈(yohimbin)은 요힘베나무의 껍질에서 추출되는 성분으로 말초혈관 확장 작용이 있어 과거엔 ‘뭣 모르고’ 발기부전에 함부로 사용되다가 의학계에서 도태된 약물이다. 일시적으로 성욕을 유발하거나 성 흥분을 강화시킬지는 몰라도 그 부작용이 너무나 심각하다. 극소량만 넘어서도 간질발작, 신장손상, 급사 등에 이르는 무서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데이트 강간 약물로 잘 알려진 GHB(gamma-hydroxybutyric acid)는 중추신경 억제제로 유통이 법적으로 금지된 향정신성 마약이다. 특히 술과 같이 복용시켜서 상대 여성을 무력하게 하는데 상대 여성은 성 피해뿐 아니라 의식불명, 뇌사 등 심각한 심신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남녀 간에 성적 강렬함과 신선함을 원한다면, 서로의 성적 취향·자극방식·애정의 깊이가 진정한 최음제 역할을 한다. 성행위에 따른 흥분과 만족, 친밀감의 상승은 우리 뇌에서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을 상승시키며, 이는 몸에서 생산되는 자연 마약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감정과 성적 만족이 결합하면 쾌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강렬하고 또 하고 싶어진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은 무시한 채 상대에게 적절한 구애를 못하고 독극물이나 마약의 힘을 빌리는지, 또 흥분 고조를 원한답시고 인체에 유해하거나 성분불명의 화학물질에 소중한 몸을 맡기는지 참으로 불쌍한 인생들이다. 이런 약물들은 독성·내분비계 교란 및 강한 효과를 위해 점점 용량을 높이고 습관화되다가 결국 심신의 파멸에 이른다. 더욱이 위험한 최음제가 함부로 유통되는 데 정부 부처마다 다른 부처의 소관이라며 관리의 사각 지대에 내버려두고 있다니 더욱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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