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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의 연골은 관절에 좋은 콜라겐 덩어리

중앙선데이 2010.12.19 02:16 197호 18면 지면보기
“술 취한 친구의 한잔을 위하여/잘 삭은 홍어 되어 몸속으로 빨려든다면/어두운 살의 바다에 독한 냄새로 남으리/해일을 만나면 해일로 뒤집히고 알몸으로 만나면 알몸으로 섞이어/다시 환생치 못한/…썩어, 푹…썩어 있을.”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김영재 시인의 작품 ‘홍어’에는 ‘삭은’ ‘독한 냄새’ ‘푹…썩어 있을’과 같은 묘사가 등장한다. ‘삭은’은 발효됐다는 뜻이다. 대개 호남에선 삭힌 것, 영남에선 삭히지 않은 홍어회를 즐겨 먹는다.

홍어의 제맛을 내기 위해 겨울엔 일주일, 봄·가을엔 2∼4일 삭힌다. 삭은 홍어의 ‘독한 냄새’는 암모니아 냄새다. 홍어의 발효 도중 요소가 암모니아로 바뀌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긴다. 여느 생선은 단백질의 분해(부패)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생기지만 홍어는 요소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삭힐수록 씹히는 맛·향이 좋아진다.

홍어는 가오릿과 생선으로 생김새는 물론 섭취법·맛이 일반 생선과 다르다. 국내산은 서·남해에서 서식하고 1.5m까지 자라며 무게는 10㎏ 안팎이다. 배는 희고 등은 갈색이다. 몸에 옅은 반점이 많이 있으며 중앙 부근에 검은색의 눈 모양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양적으론 저열량·저지방·고단백·고칼슘 식품이다. 100g당 열량 87㎉, 단백질 19.6g, 지방 0.5g이다. 지방의 대부분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이다. 멸치·가오리와 함께 칼슘(100g당 305㎎)이 가장 풍부한 생선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간·눈 건강을 돕는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 관절 건강에 유익한 콘드로이틴(다당류의 일종)·콜라겐(단백질의 일종)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홍어는 뼈가 연골이다. 뼈째 썰어 회로 먹거나 쪄서 찜으로 먹으면 콜라겐을 다량 섭취할 수 있다. 전남대 연구팀은 홍어 연골에서 추출한 콘드로이틴을 실험쥐에 투여했더니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예방·치료에 효과적이었다고 발표했다(2006년). 홍어 연골의 콘드로이틴 성분은 특히 코와 생식기 부분에 많다.

홍어 코는 쫀득쫀득한 콜라겐(교질) 덩어리다. 한방에서 교질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유익한 성분으로 간주한다.

홍어는 암컷이 크기·맛·가격 모두에서 수컷을 압도한다. 수컷의 생식기엔 가시가 붙어 있어 다루다 손을 다칠 수 있다. 어부들은 잡는 즉시 생식기를 제거한다. 사람대접을 받지 못할 때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며 푸념을 내뱉는 것은 이래서다.

그로테스크한 맛·향을 지닌 홍어는 잔칫상의 최고 화젯거리일 뿐 아니라 회·탕·구이·백숙 등 각종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홍탁삼합·홍어어시육·홍어앳국이 소문난 음식이다. 꾸득꾸득하게 말린 홍어에 술과 참기름을 발라 쪄낸 홍어어시육은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봄보리 싹과 홍어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앳국은 개운하고 얼큰한 맛을 낸다.

진수는 홍탁삼합(洪濁三合)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서다.
잘 익은 배추김치에 삭힌 홍어와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싸서 새우젓을 살짝 찍어 입어 넣으면 입에서 코를 거치면서 눈물을 쏙 뺀다. 이때 막걸리를 곁들이면 막걸리의 유기산이 홍어의 톡 쏘는 맛을 중화시킨다.

“추울 때는 홍어 생각, 따뜻할 때는 굴비 생각”이란 말이 있다. 지금은 4계절 음식이 됐지만 홍어는 겨울·가을이 제철이다. 2월이 지나면 산란 후라서 맛이 떨어진다. 구입할 때는 붉은색이 돌고 만졌을 때 부드러운 것을 고른다. 칠레산 등 수입산은 살이 흰색에 가깝고 껍질이 두꺼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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