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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세금으로 살인범 밥 먹일 수 있나”

중앙일보 2010.12.16 01:29 종합 2면 지면보기



김길태, 2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 피해자 어머니 분노



지난 3월 10일 부산 사상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는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 [중앙포토]



“당연히 사형 판결이 날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뒤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33)에게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15일 숨진 여중생 이모(13)양의 어머니 홍모(38)씨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홍씨는 “어떻게 내가 낸 세금으로 (살인범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느냐. 내가 이렇게 분하고 억울한데 하늘에 있는 우리 딸은 어떤 심정이겠느냐. 무기징역이면 20년 정도 형을 살고 다시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김의 유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극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사형선고는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계획적으로 살해하는 등 수형자가 살아 숨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가치와 존립할 수 없는 조건에서만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선고해야 한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계획적인 살인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의 반항 등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한 사람만 죽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나이·성행·수단·방법 등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무기징역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길에서 태어났다고 해 붙여진 이름(길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장과정에서 비뚤어진 사회인식을 하게 됐고, 가족과 사회가 보살피지 않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중범죄자로 전락했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피고인에게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김의 정신 상태도 정상참작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온전한 정신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정신과학이나 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준동 부산지방변호사회장은 “사형제 폐지에 대해 수사에 종사하는 사람은 반대가 우세하고 학계에서는 찬성이 많다”며 “범죄의 흉악성과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사형제 폐지는 아직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은 2월 24일 오후 7시7분에서 25일 0시 사이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의 한 주택에서 혼자 있던 여중생 이모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 중 김에 대한 정신감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는 발작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나와 한때 감형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재감정에서 정신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김에 대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함께 명령했다. 만약 김이 교도소를 나오면 이후 2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



부산=김상진 기자



김길태 사건 일지



2월 24일 김길태 이양 성폭행 뒤 살해



3월 12일 경찰, 김 구속



6월 25일 부산지법, 김에 사형선고



9월 정신감정 결과 망상장애 발견



10월 26∼30일 재감정에서 특이사항 발견 못함



12월 15일  부산고법 김에 무기징역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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