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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할머니, 주름을 펴다 “이 좋은 세상 오래 살고 싶다 … 이왕이면 예쁘고 건강하게”

중앙일보 2010.12.16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상> 몸 가꿔 100세까지



최 할머니가 피부과 치료를 받은 뒤 화장을 하고 있는 장면.



틱-틱. 레이저 기계가 10분 이상 얼굴을 쬐었다. 칙칙해진 피부를 밝고 화사하게 만들고 탄력 있게 만드는 시술이다. 피부 관리가 이어졌다. 비타민이 든 영양분을 발라 노폐물과 각질을 제거하고 피부 재생을 돕는 과정이다.



 서울 서초구 신사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이 “검버섯과 기미를 제거해 피부가 깨끗하고 좋아졌다”고 하자 환자는 “안 그래도 집에서 마사지도 하고 팩도 붙이고 있다”며 웃는다. 환자는 최근 이 병원을 찾은 서울 은평구 최기순(81) 할머니.



 “주변에서 어쩜 이렇게 늙지도 않고 피부가 팽팽하냐고 물어보면 ‘젊어지려 노력한다’고 말해요. 나이 먹어도 곱고 예쁘다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최 할머니는 노인정이나 경로당은 안 간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해서다. 대신 두세 달마다 피부과에 간다. 피부 색깔을 밝게 하는 토닝이나 거친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필링 시술을 받는다. 혹시 노인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일주일에 두 번씩 목욕탕에 간다. 그는 “이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살고 싶다. 이왕이면 예쁘고 건강하게”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최기순(81) 할머니가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병원에서 얼굴 피부색을 밝게 하는 토닝 시술을 받고 있다.



 80세부터 인생 3모작을 하려면 건강이 필수적이다. 최 할머니처럼 외모를 젊게 하는가 하면 담배를 끊거나 발기부전·탈모 치료제로 젊음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관절·수정체·치아 등 낡은 부위를 교체하는 일은 예삿일이 됐다. 종전에는 “나이 든 사람이 남세스럽게…”라며 꺼리던 것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의학도 인생 3모작을 뒷받침한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이상준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81세 여성 환자가 레이저로 주름살 완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70~80대 환자가 5년 전만 해도 5%가 채 안 됐으나 올해는 10%로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김모(80) 할아버지는 올 4월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받던 중 발기부전이 왔다. 김 할아버지는 의사에게 “약을 줄이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할아버지는 5월부터 한 달에 네 알씩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는다. 3년 전 상처(喪妻)한 박영호(80·가명) 할아버지는 최근 15년 연하의 여성과 재혼한 뒤 음경보형물 삽입술 시술을 받았다. 복용 중인 다른 약 때문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쓸 수 없어서다. 올해 서울 노원구 어비뇨기과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은 80대 환자가 5명이다. 이 중 88세도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조성태(비뇨기과)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는 환자의 20%가 70~80대인데, 이들이 과거에는 발기부전을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에는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모(83) 할아버지는 머리·눈썹 등에 탈모가 심해 지난해 3월 치료를 시작했다. 그전에 면역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대학병원을 찾았다. 거기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아 탈모 증세가 사라졌다. 지금은 두세 달마다 병원을 찾는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에는 2008년까지 80대 환자를 찾아볼 수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80대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도 시흥시 조경환(86) 할아버지는 60년간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던 담배를 4월에 끊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조 할아버지는 “주변에서 늘그막에, 죽을 때 다 돼 담배를 끊으려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살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독한 맘을 먹었다”며 “종전에는 15분만 걸어도 숨이 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 할아버지는 “세상 없어도 이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김기찬·황운하·이주연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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