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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베를루스코니

중앙일보 2010.12.16 00:38 종합 16면 지면보기



성추문·부패 스캔들에도 기사회생
의원 매수의혹 … 정국불안 계속될 듯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이 부결되자 로이터통신은 베를루스코니(사진)를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력을 보인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숱한 부패 스캔들과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유지하더니 불신임 투표라는 벼랑 끝 위기에서도 역전승을 거뒀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언론과 외신들은 불신임 투표 결과 공개 직전까지 베를루스코니의 패배를 점쳤었다. 의석 분포상 불신임 표가 한두 표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BBC방송은 결과 발표 수분 전 “베를루스코니가 졌다”고 오보를 냈다가 곧바로 정정하기도 했다.



 하원 불신임 투표에서 찬성은 311표, 반대는 314표였다. 불신임 쪽에 2표만 더 많았어도 베를루스코니는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승리는 일부 의원의 당론을 거스른 반란표 덕분이었다. 특히 우파 내에서 베를루스코니에게 반기를 들어 온 ‘미래와 자유당(FLI)’에서의 이탈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FLI는 소속 의원 중 2명이 ‘신임’에 표를 던졌고 1명은 기권한 것으로 확인했다. FLI는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동지였던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이 지난 7월 계파 의원 30여 명을 이끌고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에서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피니는 사퇴를 요구하며 총리를 궁지로 몰아왔다. FLI 소속 의원들은 총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같은 점을 노린 듯 투표 전날 “내가 쫓겨나면 좌파가 득세한다”며 이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피니 의장은 “총리가 각료직 제의 등으로 의원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탈표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베를루스코니의 부패 혐의를 수사했던 검사 출신으로 의원 22명 규모의 군소야당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총리 측이 야당 의원에 대한 매수를 시도했다”며 사법 당국에 수사를 촉구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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