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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고객만 챙겨도 월 100만원 거뜬 … 내 건강 지키기는 덤

중앙일보 2010.12.16 00:25 경제 11면 지면보기
방문 판매원으로 일하는 새일맘들이 건강 음료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매출의 50~100%를 새일맘들이 담당한다. 야쿠르트·녹즙·알로에 등 건강 음료 제품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골목골목 곳곳에 신선한 상태로 제품을 공급하는 새일맘들이 ‘소금’ 같은 직원으로 꼽히는 이유다.


④ 건강 음료업계의 필수 인력







건강음료업체 방문 판매원으로 일하는 새일맘들은 이른 아침부터 현장 배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새일맘(위쪽부터 한국야쿠르트, 풀무원녹즙, 유니베라)들이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각 업체 제공]



#오전 8시30분.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는 신영숙(46)씨가 서울 신목점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지난 10일 신목점 사무실은 신씨보다 먼저 온 아줌마들 15명이 노란색 야쿠르트 아줌마 옷과 모자, 검정 바지로 갈아입느라 분주했다. 신씨도 옷을 갈아입고 전동차에 하루 ‘일감’을 싣기 위해 대형 냉장고 앞에 섰다. 신씨는 “야쿠르트부터 쿠퍼스까지, 하루에 20여 종류 제품 700~800개를 싣고 나가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추위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겨울철에 특히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일감을 나눠주는 김동준(36) 한국야쿠르트 신목점장은 출발을 앞둔 아줌마들 앞에서 여느 날처럼 힘차게 외쳤다.



 “모든 여사님들께 오늘 하루 좋은 일들 있기 바라며, 아자아자 파이팅 신목점!”



 신씨의 담당 구역은 신정동 목동 네거리 인근 법원부터 양강중학교까지. 오전에는 주로 상가 사무실에 들르는 편이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달 중 틈틈이 가게 주인에게 신제품 팸플릿을 나눠주고 “하나 드셔 보시라”며 야쿠르트를 권하는 것이 오전의 주요 일과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낮 12시. 신씨는 대개 친한 야쿠르트 아줌마 두 명과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신씨는 “오후 1시30분까지 쉬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며 “아이들·신랑 얘기, 오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고 말했다.



 오후엔 한결 나은 편이다. 오전과 달리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씨는 “단골 손님들이 ‘집에 들렀다 가라’고 해서 커피 한 잔 하는 경우도 많다”며 “집에 혼자 있는 주부들이 많아 친구 만나는 기분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관계 마케팅’인 셈이다.



 신씨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30분. 신씨는 아줌마들과 서로 “수고했다”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정시 배달이 중요=야쿠르트 아줌마(1만3000명)가 가장 바쁜 시간대는 오전이다. 특히 사무실의 경우 출근하자마자 제품을 마시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이런 수요에 맞추려면 오전 일과가 바쁠 수밖에 없다. 석정석 한국야쿠르트 HC(헬스케어) 운영팀장은 “건강 음료 방문 판매의 핵심은 ‘배달 업무’”라며 “오전 시간에 골목골목을 재빠르게 누비면서 빈틈없이 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풀무원녹즙 방문 판매원(모닝스텝·2900명)도 야쿠르트 아줌마와 비슷한 일과를 보낸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로 다소 이른 편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1시에 퇴근한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는 녹즙 특성상 오전에는 배달 업무가 많아 바쁘고, 오후에는 판매원마다 자유롭게 개별 영업을 하러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베라(UP·2만5000명)·김정문알로에(카운슬러·4500명) 등 건강기능식품 방문 판매원은 상황이 다르다. 오후가 더 중요하다. 이들은 주부들이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약속을 잡고 가정을 방문해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 음료 방문 판매 업체에서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 ‘조회’ 문화다. 간단하게라도 다같이 모여 교육을 하고 각자 근무지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유니베라의 경우 매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지점마다 ‘아침교실’이란 이름의 단체 교육을 받는다. 이경원 유니베라 영업본부장은 “제품 특성상 기능이나 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해야 손님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며 “외근을 나가기 전 마음을 다잡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 올리려면 배달처 늘려야=건강 음료를 방문 판매하는 새일맘들이 한결같이 꼽는 장점은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혜자(50) 풀무원녹즙 모닝스텝은 “건강 식품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손님도 호감을 갖고 설명을 듣는 편”이라며 “좋은 먹을거리를 내 가족뿐 아니라 남을 위해 챙겨준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해 오고 있다는 점도 새일맘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요소다. 한국야쿠르트는 매년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를 열고, 김정문알로에는 ‘산수유 제도’란 이름으로 소외 계층에 건강기능식품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업종의 방문 판매원과 마찬가지로 외근이 많아 눈치 볼 일이 없고 근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특히 고객들이 입맛에 익숙해진 건강 음료를 쉽게 바꾸지 않아 배달 수요가 고정적이다. 고정급은 없지만 배달 고객만 챙겨도 보통 월 100만원은 벌 수 있다. 오후에 적극적으로 영업하면서 고객을 확장하는 판매원은 월 200만원 이상 소득도 가능하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월평균 소득은 170만원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연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영업하는 방문 판매원은 월 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높은 소득을 올리려면 출근 시간을 당겨야 한다. 건강 음료 특성상 새벽 배달 고객이 많을수록 성과가 좋다. 오후엔 쉴 틈 없이 뛰면서 배달처를 늘려야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 김혜령(30)씨는 “배달 고객을 지키는 데 그치면 안 된다”며 “출입이 쉽지 않은 건물 하나만 제대로 뚫어도 수십~수백 개를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다양한 복지 혜택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7년부터 단체연금저축·복지연금보험제도를 실시해 목돈 마련을 돕는다. 풀무원은 보험제도를 운영한다. 유니베라는 우수 직원을 선발해 해외 연수를 실시하고 장학금도 지원한다. 김정문알로에는 방문 판매원을 위해 연 1회 해외나 제주도 등지에서 축제를 연다. 하지만 4대 보험 혜택은 없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는 고충도 있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서 무거운 제품을 들고 걷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새일맘 조모(45)씨는 “하루에 10㎞ 이상씩 꼬박 걸어야 한다”며 “눈·비가 올 때면 언덕길이 미끄러워 배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기환 기자



◆새일맘(새로 일을 시작한 엄마)



출산·육아로 사회생활을 쉬다 다시 일터에 뛰어든 기혼 여성. 방문판매·유통서비스·배달·보험·교육사업 등이 주요 활동 분야다. 본지는 ‘워킹맘’이란 단어로는 이들만의 특성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들과 상의해 이들을 규정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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