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6·25 납북 진상 규명 시급하다

중앙일보 2010.12.16 00:11 종합 37면 지면보기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 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함에 따라 6·25전쟁 중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납북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진상 규명 활동이 시작됐다. 납북 피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 피랍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인 만큼 이 같은 활동 개시는 당연하다.



 전쟁납북은 오랫동안 잊혀져 왔지만, 매우 중요한 과거사의 하나다. 북한이 6·25전쟁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우리 국민의 상당수를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 연행해 갔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 신생 대한민국의 건설에 필요한 엘리트를 강제로 끌고 간 것은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임이 분명하다.



 전쟁납북의 희생자 수는 많게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 시기 이들의 행적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상당수 납북자가 월북자로 오인 받았다. 그 결과 납북피해 가족들이 연좌제, 취업상의 불이익 등 적지 않은 인권침해를 당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진상 규명이 미루어져 왔다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야 그들의 맺힌 한을 다소나마 풀어줄 수 있게 됐다. 정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국민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쟁납북 진상 규명은 일차적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고 권리 회복을 시켜주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지만, 올바른 현대사 정리 및 국가정체성 확립이라는 면에서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 전쟁납북 사건들이 대한민국 건국 초기 북한이 무력적 수단으로 대한민국을 파괴·전복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남한 인력 강제동원의 성격을 가지며, 전시 민간인 보호의무를 규정한 제네바 제4협약에 저촉되는 납치테러리즘, 즉 전쟁범죄에 해당된다는 점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정리는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균형 잡힌 대북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구성되는 전쟁납북진상규명위는 6·25전쟁 중 발생한 납북사건의 진상조사, 납북자 생사 확인 및 송환 등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내년 1월 초부터 전국 시·군·구 및 재외공관을 통해 납북피해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진상 규명에 있어선 납북 아니면 월북이라는 기계적인 이분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 전쟁 중 30만 명에 이르는 행방불명자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납북 사실이 확실치 않으면 ‘판정 유보’로 결정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위원회 활동이 성과를 거두려면 개별 납북사건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이 작업이 쉽지 않다. 위원회는 기존의 정부 간행물 자료와 연구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자료를 새로이 발굴해야 한다. 특히 유관 부처가 갖고 있는 비공개 문건을 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협조가 긴요하다. 중간보고서 발표 등에 의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호응을 확보하는 한편 관련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